돌아오는 길

서연이가 지난 10월 16일 유단자부로는 처음 출전한 제4회 대구시바둑협회장배 학생 바둑대회에서 준우승을 하였다. 며칠 후 받은 단증. 공교롭게도 발급 날짜가 제 생일과 똑같다. 10월 22일에는 국무총리배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의 부대 행사 격으로 열린 포항시바둑협회장배 대구경북 학생 바둑대회에서 저학년부 3위를 하였다. 이튿날에는 가까운 친구 네 가족의 모임인 사계동행의 추계동행으로 청도 이서에 다녀왔다. 한 친구네가 가꾸는 시골집이 좋았다. 아이들은 민달팽이며 지렁이를 잡고 감을 따며 즐거워하였고, 나는 모처럼 아궁이에 불을 때는 재미를 맛보았다. 산은 단풍으로 타오르고 들판은 온통 감 천지였다. 어디였나, 가을이 눈을 찡긋하며 물러나는 게 설핏 보였다. 저처럼 모든 걸 두고 선선히 돌아갈 수 있을까, 사는 게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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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율

칠월 어느 날 사진. 율은 어린이집에서 놀다 넘어져 이마에 여섯 바늘인가를 꿰맸다. 먹는 것, 보는 것, 노는 것의 취향이 제 형과는 정반대다. 그래서 더 잘 어울리려나.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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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 서울 나들이

어제까지 4박 5일간 0124님의 서울 동생네에 다녀온 율짱. 녀석, 며칠 못 보았다고 부쩍 커서 잠시 놀랐다. 오랜만에 만난 형제는 티격태격하면서도 내내 껴안고 뒹굴었다. 한 놈으로도 조용하진 않더니 그새 시끄럽고 번잡한 일상으로 돌아온 게다. 그나저나 머리와 마음과 몸이 다 따로 놀다 보니, 내가 가진 초조함과 선병질 같은 걸 애한테 곧잘 퍼붓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서연이가 바둑을 새로 시작하고부터 증상이 심해졌다. 좀더 대범하게, 녀석을 믿고, 기다릴 일이다. 반상사유, 미안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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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불고 엑스코

결혼한 처제의 배려 덕에 일없이 호텔 인터불고 엑스코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서연이와 사우나에서 바둑 한 판을 두고(요즘은 간혹 둘 때면 한 번 이겼다 한 번 졌다 내가 두 점을 놓고 막상막하의 대결을 벌이고 있다) 객실 TV로 한참 시간을 때우고는 0124님, 율이와 함께 동보성에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 아침은 예그리나에서 조식 뷔페. 분답기 한이 없는 녀석들, 밥이고 잠이고 알량한 휴식이고 아직은 사치인 걸까. 무기력한 손끝에 겨우 찍은 사진들에서 몇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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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영배

제28회 덕영배 전국 아마 대왕전 및 어린이 초청전에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서연이가 1학년부 우승을 하였다. 애들은 애들이라 금방 맞붙어 겨루고도 언제 그랬냐는 듯 어울려 장난도 치고, 몇 번 본 녀석들끼리는 바둑을 두면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승부를 일찌감치 결정짓기도 하였다. 곁에서 자식들의 한 수 한 수에 마음을 졸이는 못난 부모, 오늘은 나를 여러 번 돌아보았다. 선물로 찜질방에서 실컷 먹고 놀고 나오는 길, 밤공기가 상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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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예술제

지난 금요일, 서연이의 초등학교 첫 예술제에서 0124님이 찍어온 사진들. 이날 담임 면담도 있었는데, 녀석의 말이나 전하는 0124님의 말들을 종합해 보건대, 녀석의 그림은 그야말로 유치원 수준에도 못 미치고(나는 뭐 나름 개성이려니 보고 있다마는) 글씨 쓰는 건 죽어라 싫어하며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책들은 죄다 미스터리물이란다. 거기다 수업 태도도 여간 산만한 게 아니라니 이 부분은 어지간히 신경이 쓰인다. 처음 치른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는 국어, 수학 모두 95점을 맞아 중간치는 한 모양인데 별달리 해준 것 없이 잘한 성 싶다. 녀석, 아비는 어린 시절 그림을 곧잘 그리고 수업 시간 집중력만큼은 대단했는데, 확실히 나보다는 머리가 뛰어난 게다.

몽골 – 나이람달, 테를지

몽골 – 고비 사막

몽골 – 울란바토르

나와 함께 이 공장에서 10년을 맞은 대장의 배려로 몽골을 다녀왔다. 17명의 개성 넘치는 사람들로 한 팀을 이뤄 여행사 착오로 불어난 하루까지 6박 8일의 짧지 않은 여정을 함께 하였다. 수도 울란바토르의 수크바타르 광장에서 한국 민속 공연을 하고 몽골 대통령 부인이 운영하는 의료재단에 의약품을 전달하는 공식 일정이 끼어 있어 여행의 묘미를 더해 주었다. 우리 일행이 도착한 다음 날부터 3일간 때때로 많은 비가 내려 물이 적은 곳에 반가움을 주었다. 기온은 40도를 훌쩍 넘는가 하면 10도 아래로 뚝 떨어지기도 하였고 어느 날은 청명한 가을날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쏟아질 듯 반짝이는 별들과 지상으로부터의 월출, 말로만 듣던 오아시스, 신기루도 보았다. 운이 좋아 테를지로 가는 길에 몽골인들의 전통 축제인 나담 축제도 볼 수 있었다. 정이 많은 사람들의 선한 눈망울과 끝없는 지평선, 말과 소, 염소 떼가 마음대로 풀을 뜯고 뛰어노는 온통 초록빛 초원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브라보 3

서연이가 제2회 대구시장배 전국 바둑대회에서 파죽의 9연승을 기록하며 1학년부 우승을 차지하였다. 제1회 대회에서의 어린 모습을 말끔히 씻고 넉 달 사이 내리 3개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지역 어린이 바둑계에서 꽤나 유명 인사가 되었다. 연이어 대회를 지켜보며 나도 어느 정도 긴장을 덜었지만 오늘 녀석은 유난히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대국이 모두 끝나고 바둑학원 원장의 주선으로 한 전직 원장과 다섯 점 접바둑을 둘 때의 낯선 집중력까지 갈수록 녀석의 내면에 자라나는 것을 가늠하기 어렵다. 내일이면 나는 몽골에 있을 것이고 글피에 녀석은 서울에서 첫 전국 대회를 치를 것이다. 모쪼록 저와 내가 넓어지고 깊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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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촬영

지난 20일, 구월 결혼을 앞둔 연애 10년차 커플의 웨딩 촬영장에 함께한 0124님과 션. 언제나 조카들을 대하는 마음이 남달랐던 처제, 늘 고맙고, 축하해. 든든한 홍과 언제 어디서든 지금처럼 살가운 정을 나누며 잘 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