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하는 마음으로, 허나 결코 달게 받지 않겠다는 정신으로 걷고 또 걷는다. 상류를 향해 용두교에서 가창교에 이르는 길에는 이미 가을이 묻어 있다. 다른 세상인 듯 끄트머리 어디쯤에는 옛 마을의 정취도 있고 함께 뛰어노는 애들도 있다. 지구만 한 보름달이 당산나무에 걸렸구나. 어지럽고 고즈넉하여 잠시 멈춰 섰다 돌아서 다시 길을 걷는다. 지나온 길이 길이 아니구나, 내가 내가 아니구나 하다가 나도 따라 어디 다리 밑에 걸린다. 얼쑤, 굿춤 추듯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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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두절 2023/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