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인생을 좀 누릴 일, 잘 있다 가도록 하자. 꾸미고 즐기고 좋은 구경도 하면서 하고 싶은 것도 더 마음껏 하자. 일러도 이를 게 없고 늦어도 늦은 게 아니다. 기회를 노리고 여건을 만들어 어릴 때나 나이 들어서나 뭘 남기지 말자. 미련도 회한도 비에 씻고 바람에 날리자. 타인의 세계가 아니라 내 세계를 살고 우리보다 나를 생각할 일이다. 여력이 있을 때 세계를 확장하고 도모할 일이다. 갔다가도 돌아올 일이다. 밤새 부엉이가 울고 다시 눈이 침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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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기억에는 까마득히 오래된 것 같은데, 늘 경계를 넘나들며 사는 기분이다. 진짜 자신과는 떨어져 있으나 적당히 무리에 섞여 인정 받으며 사는 삶과 외로우나마 고집을 부리며 잠행하듯 사는 삶 사이에서. 때때로 한쪽으로 치우치기도 하지만 대체로 경계 위에 서 있게 된다. 사는 게 호락호락, 쉽고 단순하지는 않은 것이겠지. 그리 쉽게 단순하고 쉬워지지는 않는 것이겠지. 가볍게 사는 쪽과 무게를 안고 사는 쪽 사이에서 길을 잃고 가벼운 무게에 눌려 바스러지기도 하고, 한 세상 오늘만 보고 살거나 제대로 한번 제정신으로 살기도 한다. 그러한 작정의 이쪽저쪽에는 늘 술이 한몫하여 주기적으로 끊었다 잇곤 한다. 어느 한쪽인들 치우치지 말라고 말짱하다가도 취하고 다 무너졌다가도 슬슬 일어서곤 한다. 경계를 타듯 줄이거나 즐기지 못하니 널이라도 뛰듯 오르내리는 것이다. 오르내리며 즐기는 것이다. 먼 길에 제자리 맴맴이라 즐기는 것이 즐기는 것이랴만, 다만 인연이 있고 살아있으니 그렇게 즐기는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 늙는다는 게 뭘까. 바람은 작고 고민은 크며 기쁨은 적고 슬픔은 많구나. 싫은 사람은 피하면 그만이고 여전히 좋은 사람은 드무니, 사람은 적고 그리운 날은 많기도 하다. 지난날은 길고 앞날은 짧아서 그런 걸까. 기억이 가물거려 언제 귀밑머리 센 줄 모르겠다.
딱 싫은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 아둔하여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 거짓을 일삼고 언행이 가벼운 사람, 여러 잣대를 갖고 있는 사람, 이익이 앞서고 명예를 모르는 사람이 그들이다. 좋은 사람으로는 우선 진솔하고 담백하면 된다. 싫은 유형의 반대면 족하고, 사회적 식견과 인문학적 교양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감히 바라건대 예술적 소양에 유머와 직관을 겸비하여 인간적인 매력까지 있다면 얼마나 더 좋을까마는.
꼬장꼬장하면서도 부드러운, 다 이해해도 다 받아들이지 않는, 다가오지 않아도 다가가는, 아직은 갈 데까지 가 보는 정신과 자세를 갖고 낙치, 백발에 맞설 일이다. 이만하면 누구나 나머지 청춘을 사르고 말겠다고 노욕을 부리기에 충분하지 않겠는가.
딱 싫은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 아둔하여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 거짓을 일삼고 언행이 가벼운 사람, 여러 잣대를 갖고 있는 사람, 이익이 앞서고 명예를 모르는 사람이 그들이다. 좋은 사람으로는 우선 진솔하고 담백하면 된다. 싫은 유형의 반대면 족하고, 사회적 식견과 인문학적 교양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감히 바라건대 예술적 소양에 유머와 직관을 겸비하여 인간적인 매력까지 있다면 얼마나 더 좋을까마는.
꼬장꼬장하면서도 부드러운, 다 이해해도 다 받아들이지 않는, 다가오지 않아도 다가가는, 아직은 갈 데까지 가 보는 정신과 자세를 갖고 낙치, 백발에 맞설 일이다. 이만하면 누구나 나머지 청춘을 사르고 말겠다고 노욕을 부리기에 충분하지 않겠는가.
그게 다 착란에 의한 어떤 작난 같은 거지요. 여기 없는 건 거기도 없어요. 오늘이 지나면 다시 오늘이 오듯 작고 단순한 작난 같은 것. 마치 사랑이 정말 있기라도 한 것처럼 흉내내며 살다 가는, 조막만한 그릇들의 밀회 같은 것이지요. 그래요, 오늘은 봄이 길어 뒤숭숭한 별들에 건배합니다. 먼저 간 이들과 아직 남은 이들을 생각하면서. 두루 잘 살았으면 했고, 멋스럽게 늙고 싶었지요. 사랑이나 낭만을 위해서라면 다 걸 것처럼 살았습니다. 술을 좋아하고 즐겼으며 다른 잣대를 싫어하고 꺼렸습니다. 해 질 무렵과 가을을 좋아했고, 사람이 좋고 사람이 싫었습니다. 누구나 하는 마무리. 뜬금없이 아래 김영민의 가벼운 고백에서 한 대목 옮깁니다. 그럼요, 언제나 그렇듯 무소식이 희소식이지요.
좋은 가을 하늘이다. 어쩌라는 걸까. 다르게 살아보라는 걸까.
좋은 가을 하늘이다. 어쩌라는 걸까. 다르게 살아보라는 걸까.
잊자 잊어버리자 별 거 있나 그렇게 세월만 보내다 그저 사람이 좋아 뭐 다 살자고 하긴 그러다 보면 그저 잊고 잊어버리고 그렇게 또 한 시절이 아니 너는 누구니 생각 없는 얼굴이 그저 한 세상이 가고 다시 오지 않을 거긴 어디니 오래 잊으려다 잊으려던 널 까맣게 그 시절이 어디 가고 언제 가버린 건지 기억이 그저 적막이 아니 별 볼 일 없는 꿈이 잊자고 잊어버리자고 없는 세월이 어디서 뚝 잊지 마오 푸른 산그늘에 걸린 처량할손 작은 거미
* 일부러 따온 건 아니지만, 적막과 처량은 마침 읽은 홍자성의 채근담 1장에 같은 단어가 있었다는 걸 사흗날 아침에 덧붙여 둔다. 제대로 붙잡고 읽다가 뒤에 알았다. 책은 도광순 역주로 문예출판사에서 나온 건데 다른 역자나 출판사의 것은 볼 것도 없이 이게 제일이다. 다음은 그 1장. 바로 전 근사록의 역자도 도광순이었다.
도덕을 지키면서 사는 이는 일시적으로만 적막하지만, 권세에 의지하고 아첨하며 사는 이는 영원히 처량하다. 달인은 사물 밖에 있는 사물을 보며 자신의 배후에 있는 자기를 생각한다. 차라리 일시적인 적막함을 감수할지라도 영원한 처량함은 당하지 않도록 하라.
* 일부러 따온 건 아니지만, 적막과 처량은 마침 읽은 홍자성의 채근담 1장에 같은 단어가 있었다는 걸 사흗날 아침에 덧붙여 둔다. 제대로 붙잡고 읽다가 뒤에 알았다. 책은 도광순 역주로 문예출판사에서 나온 건데 다른 역자나 출판사의 것은 볼 것도 없이 이게 제일이다. 다음은 그 1장. 바로 전 근사록의 역자도 도광순이었다.
도덕을 지키면서 사는 이는 일시적으로만 적막하지만, 권세에 의지하고 아첨하며 사는 이는 영원히 처량하다. 달인은 사물 밖에 있는 사물을 보며 자신의 배후에 있는 자기를 생각한다. 차라리 일시적인 적막함을 감수할지라도 영원한 처량함은 당하지 않도록 하라.
시간이 한정 없을 것 같던 날들은 다 지났다. 좋던 날들을 어찌 그리 허비하였을까.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에 아까운 것이라더만, 이제 뭘 해도 아깝지 않은 나이가 된 걸까. 희거나 붉고 연두와 초록이 뒤섞인 봄의 세계를 보고 있자니 문득 공부 욕심이 난다. 고전을 좀 봐야겠다. 은퇴를 임박하여 그런가. 시, 소설이 좋더니 어째 그랬나 싶고, 수필이 좋고 옛것이 좋다. 매화를 생각하다 김용준의 새 근원수필을 다시 읽었고 이태준의 무서록도 새로 읽었다. 법구경 이야기는 이제 2권으로 접어들었는데 잠시 두고 노자, 장자도 다시 꺼내 볼까 한다. 그러고는 서가에 읽지 않은 채 꽂아 둔 책들을 하나하나 읽어 보아야겠다. 사서 읽지 않은 책이 이렇게나 많았나 새삼스럽다. 하긴 읽은 책도 얼마든지 다시 읽어도 좋겠다. 죄다 처음 읽는 것만 같았으니 말이다. 다음은 주희의 근사록 첫 대목. 채근담이 있었나, 이 책 저 책 뒤적거리다 잠시 빼들었는데 어린 날 공부하던 흔적이 낯설기만 하였다. 그나저나 옛사람의 세계가 참으로 경이롭지 않은가.
염계 선생이 말하기를 '무극이면서 태극이다. 태극이 동하여 양을 생한다. 동이 지극하게 되면 정이 되고 정은 음을 생한다. 정이 지극하게 되면 다시 동하게 된다. 한 번 동하고 한 번 정하게 됨이 서로 뿌리가 되어, 음으로 나누어지고 양으로 나누어져서 양의(兩儀)가 이뤄진다. 양이 변화하고 음이 합쳐져서 수·화·목·금·토를 생한다. 오기(五氣)가 고루 퍼져서 사시(四時)가 운행된다. 오행(五行)은 하나의 음양이고 음양은 곧 하나의 태극이다. 태극은 본래 무극이다. 오행이 생함에 있어서는 제각기 하나의 성(性)을 갖는다. 무극의 진(眞)과 이오(二五)의 정(精)이 묘하게 합쳐져서, 건도(乾道)는 남자가 되고 곤도(坤道)는 여자가 된다. 이 두 가지 기가 서로 교감하여 만물이 생하게 되니, 만물은 생하고 또 생하여서 변화가 끊임없다. 오직 사람은 가장 빼어난 기를 얻어서 가장 신령스러운 것이거니와, 형체는 이미 생겨났고 정신은 피어나서 알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오성(五性)이 느껴 움직임으로써 선악이 나누어지게 되고 오만가지 행동이 나타나게 된다. 성인(聖人)은 선악과 행동의 도리를 정함에 있어서, 중정(中正)·신의로써 하며, 정(靜)을 중심으로 하여 인간의 도를 정립하였다. 그러므로, 성인은 천지와 더불어 그 덕이 합치하며 사시와 더불어 그 질서가 합치되며 귀신과 더불어 그 길흉이 합치된다. 군자는 이러한 도를 닦게 되니 길하고 소인은 이러한 도를 거스리니 흉하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하늘의 도를 정립하여 음과 양이라 하고 땅의 도리를 정립하여 유와 강이라 하며 인극(人極)을 정립하여 인과 의라 하였다. 또 시원을 찾아서 종말로 되돌아오니, 그러므로 말하기를, 죽고 삶의 이치를 알게 된다. 크도다, 그 변화여! 그 이치가 참으로 지극하도다' 하였다.
염계 선생이 말하기를 '무극이면서 태극이다. 태극이 동하여 양을 생한다. 동이 지극하게 되면 정이 되고 정은 음을 생한다. 정이 지극하게 되면 다시 동하게 된다. 한 번 동하고 한 번 정하게 됨이 서로 뿌리가 되어, 음으로 나누어지고 양으로 나누어져서 양의(兩儀)가 이뤄진다. 양이 변화하고 음이 합쳐져서 수·화·목·금·토를 생한다. 오기(五氣)가 고루 퍼져서 사시(四時)가 운행된다. 오행(五行)은 하나의 음양이고 음양은 곧 하나의 태극이다. 태극은 본래 무극이다. 오행이 생함에 있어서는 제각기 하나의 성(性)을 갖는다. 무극의 진(眞)과 이오(二五)의 정(精)이 묘하게 합쳐져서, 건도(乾道)는 남자가 되고 곤도(坤道)는 여자가 된다. 이 두 가지 기가 서로 교감하여 만물이 생하게 되니, 만물은 생하고 또 생하여서 변화가 끊임없다. 오직 사람은 가장 빼어난 기를 얻어서 가장 신령스러운 것이거니와, 형체는 이미 생겨났고 정신은 피어나서 알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오성(五性)이 느껴 움직임으로써 선악이 나누어지게 되고 오만가지 행동이 나타나게 된다. 성인(聖人)은 선악과 행동의 도리를 정함에 있어서, 중정(中正)·신의로써 하며, 정(靜)을 중심으로 하여 인간의 도를 정립하였다. 그러므로, 성인은 천지와 더불어 그 덕이 합치하며 사시와 더불어 그 질서가 합치되며 귀신과 더불어 그 길흉이 합치된다. 군자는 이러한 도를 닦게 되니 길하고 소인은 이러한 도를 거스리니 흉하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하늘의 도를 정립하여 음과 양이라 하고 땅의 도리를 정립하여 유와 강이라 하며 인극(人極)을 정립하여 인과 의라 하였다. 또 시원을 찾아서 종말로 되돌아오니, 그러므로 말하기를, 죽고 삶의 이치를 알게 된다. 크도다, 그 변화여! 그 이치가 참으로 지극하도다' 하였다.
老酉堂에 노니는 老舟 이야기다. 노주는 술을 즐기고 가만히 있거나 때때로 걷는 걸 좋아하여 기꺼이 노유당에서 노는데 어째 헛발질도 잦고 잘 자빠지기도 한다. 즐거이 즐기기란 언제나 난망한 일이다. 노주는 한때 비가 오지 않는 노유당을 떠나 세상을 유랑하였다. 사람을 만나고 길을 잃고 역사를 이루었다. 땅을 갈고 강을 건너 꽃도 피웠다. 시간이 지나 빈손으로 돌아왔으나 다 빈 건 아니었다. 노유당에 노주만 있던 건 아니다. 형상이 달랐을 뿐 뜨내기도 붙박이도 있었다. 노주가 노니는 노유당에 봄이면 서러움이 내려앉고 가을이면 일찍 어둠이 내려앉았다. 노주는 노을이 눈처럼 내리는 날이면 오래된 술항아리를 꺼내 노유당 그늘에 앉아 알 수 없는 주문을 외거나 우주의 소리를 들었다. 항아리가 비어가면 알 수 없는 노래를 부를 때도 있었다. 빈 것이 그리워 밤을 새고 수탉처럼 홀로 울기도 하였다. 뜨내기도 붙박이도 같이 우는 것만 같았다. 간이 콩알만 한 노주는 가만히 있거나 때때로 걷기를 좋아하여 악보가 든 老舟文集 세 권을 남겼다. 빈 술항아리를 깨트리던 날 노주는 문집을 불살라 제를 지냈고, 메마른 노유당에 처음 비가 내렸다.
아무래도 내가 이 길을 걸어왔다기보다 이 길이 나를 데려온 느낌. 그러고 보니 눈 속에 저 매화도 눈이 오거나 쌓인 가운데 핀 게 아니라 피고 나서 눈이 온 것, 만든다기보다 만들어지는 거였다. 그래, 보고 나니 보인 거고 골라서 고른 줄 알았더니 보여서 본 거고 고른 건 내가 아니었구나. 봄은 어딜 갔나. 절반은 초여름 같다가 절반은 초겨울 같더니, 늦봄이라도 부르나, 밤새 바람이 우렁차다.
그리 시시하게 살지는 않았다. 다 걸고 몇 번의 사랑을 하였고 일에 몰두해 보기도 하였다. 세상을 바꾸려 하였고 주변을 바꿔 나를 바꾸기도 하였다. 나만을 위한 삶을 살지 않았다. 어느 구석에는 봄꽃이 만발하였고 하얗거나 붉어 더욱 몽롱하였다. 취하거나 취하지 않는 삶만 있지는 않았을 텐데 바쁘지도 않은 마음이 쉬 길을 찾지 못하기도 하였다. 저 새는 어디서 잠이 들고 저 고양이는 언제 떠나나. 삼월 하늘이 길기만 하다.
며칠 내리던 비가 멎더니 꽃샘추위가 티 나게 봄을 부른다. 매섭지도 무디지도 않게, 아닌 척 모른 척. 법주 한잔에, 티 내는 거리와 티 나는 사랑을 생각한다. 창밖으로 푸른 빛이 시들고 소리도 검게 변한다. 저물녘이면 저무는 인연도 시작하는 인연도 다 어여쁘다. 지난날의 나도 나의 지난날도 다 용서가 되고, 발칙한 청춘과 갈데없는 후회도, 가련한 이름들도 다 용서가 된다. 나무의 하늘은 어디인가. 며칠 내리던 비를 핑계로, 오던 길 돌아가던 봄이 마지못해 슬쩍 돌아선다. 그럼, 너도 쉬운 놈이 아니고 말고.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진리를 탐하거나 사랑을 갈구하고 죽음을 동경하는. 지나고 지난 자리들이 있다. 다시없을 인연과 이름들.
바람을 맞는 작은 생명들아, 열두 번 바뀌는 하루도 어제 정한 내일을 어쩌지 못한다. 어느 해 그날처럼, 오늘은 아무것도 정할 수 없다.
계절이 계절을 노래하던 시절은 지났다. 둘 것은 두고 떠날 것은 떠났다. 이 밤, 잔은 차지 않고 넘친다. 저 나무도 더는 세상을 담지 않는다.
바람을 맞는 작은 생명들아, 열두 번 바뀌는 하루도 어제 정한 내일을 어쩌지 못한다. 어느 해 그날처럼, 오늘은 아무것도 정할 수 없다.
계절이 계절을 노래하던 시절은 지났다. 둘 것은 두고 떠날 것은 떠났다. 이 밤, 잔은 차지 않고 넘친다. 저 나무도 더는 세상을 담지 않는다.
누군가 채를 잡고 후려치는 듯 머리와 가슴이 목탁모냥 텅텅 울린다. 그래,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려야지.
강은 어디 있고 뗏목은 어디 있나. 멀리 목어 우는 소리 들린다. 잊었을까, 속없이 부르는 소리 들린다.
마음은 어느 하늘에 걸려 있나. 마음으로 어찌할 수 없는데도 마음이 쓰이니 마음으로 마음을 다스릴밖에. 마음에 마음을 쓸 수밖에.
강은 어디 있고 뗏목은 어디 있나. 멀리 목어 우는 소리 들린다. 잊었을까, 속없이 부르는 소리 들린다.
마음은 어느 하늘에 걸려 있나. 마음으로 어찌할 수 없는데도 마음이 쓰이니 마음으로 마음을 다스릴밖에. 마음에 마음을 쓸 수밖에.
본디 사람이 다 좋을 일도 아니고 다 싫을 일도 아니다. 좋고 싫은 것이 적당히 섞여 있을 일도 아니다. 가던 길이라고 다 갈 일도 아니고 모르는 길이라고 못 갈 일도 아니다. 낯선 이야기라고 내 이야기가 아닌 것도 아니고 늘 하던 얘기라고 내 이야기인 것도 아니다. 알 수 없는 것에 매달릴 일도 아니고 안다고 다 아는 것도 아니다.
지난밤 꿈에 길을 잃고 헤매다 옛사랑을 만났다. 사랑도 세월만큼 때가 묻어 좋으면서 싫었다. 안쓰럽게 서로 마주보던 것도 다 옛일이 되었구나. 저 멀리 온 데로 가는 길이 보인다. 다시 올 기약이 없을 뿐, 외길 수순에 저어할 일 있으랴.
지난밤 꿈에 길을 잃고 헤매다 옛사랑을 만났다. 사랑도 세월만큼 때가 묻어 좋으면서 싫었다. 안쓰럽게 서로 마주보던 것도 다 옛일이 되었구나. 저 멀리 온 데로 가는 길이 보인다. 다시 올 기약이 없을 뿐, 외길 수순에 저어할 일 있으랴.
몸과 마음을 쓰되
말과 욕망과 음식을 아끼고
취하지 말며
아쉬움이나 조바심 없이
적도 미련도 버리고
맑은 눈으로
천천히
다음을 준비하자
눈부신 겨울을 기다리자
말과 욕망과 음식을 아끼고
취하지 말며
아쉬움이나 조바심 없이
적도 미련도 버리고
맑은 눈으로
천천히
다음을 준비하자
눈부신 겨울을 기다리자
겨울이다 바람이 불고 떠날 사람은 떠났다
세상은 조금 더 시시해졌고
취하는 재미 따위 나는 오래전에 잊었다
소식이야 어떠랴
남은 사람은 없고 뜬소문 같은 눈이 내린다
* 살다 보면 소중한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기도 하고 별 거 아니던 것이 귀해지기도 한다. 준비란 대개 그런 거다.
세상은 조금 더 시시해졌고
취하는 재미 따위 나는 오래전에 잊었다
소식이야 어떠랴
남은 사람은 없고 뜬소문 같은 눈이 내린다
* 살다 보면 소중한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기도 하고 별 거 아니던 것이 귀해지기도 한다. 준비란 대개 그런 거다.
뒤늦게 생각해보니 같이 늙어간다는 기분만큼 좋은 게 있을까 싶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술자리든 아니든. 나이를 먹는다는 것, 낡아가되 새로워진다는 것이 이런 건 줄 몰랐다. 단기 기억이 예전 같지 않고 오랜 기억도 잊어가지만 그게 또 좋은 거였구나 싶고. 늦은 겨울이 온다. 눈물 같은 겨울. 가을이 버린, 봄이 묻은 겨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