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길

from text 2025/12/02 19:48
꿈을 꾼 걸 보니 잠을 잔 게로구나. 오래 헤맸으니 오래 머무렴. 호랑가시나무 새빨간 열매, 오래 걷고 오래 견딘 저 피로를 보렴. 잎맥에서 길을 찾았느니 떡갈나무 너른 품이 좋아라. 에헤야, 간단다 간단다 저리 저멀리.

그래, 지고 가야 할 것이 있고 두고 가야 할 것도 있겠지. 다음은 목성균의 수필 새벽 등산 첫 문단. 그러고 보니 새벽에 산에 오른 적이 없구나. 날이 좀 좋아지면 꼭 한번 올라 행렬을 함께하리라.

새벽 산에 올라가서 자고 난 맑은 눈으로 날 새는 건너 산을 보면 먼길 떠나는 나무들의 행렬이 보인다. 나무들은 곁에서 보면 항상 그 자리에 서 있지만 멀리 떨어져서 보면 먼길을 와서 먼길을 빙하처럼 아주 천천히 산을 통째로 밀고 간다. 그건 욕계(欲界)가 깨어나기 전, 신새벽에나 볼 수 있다. 밝아 오는 산등성이의 나무를 보면 비로소 그것을 확실히 알 수 있다. 그 길은 단숨에 달려가려는 자발적인 출발의 가까운 길이 아니다. 묵묵히 댓돌에 앉아서 한참 동안 마음을 모아 신들메를 매고 비로소 천천히 무겁게 일어나서 사립을 나서는 남자의 굽힘 없는 의지 같은 아주 먼길이다. 서두르지도 않고 망설이지도 않고 평생 동안 가야 할 먼길. 날 새는 건너편 산등성일 건너다보면 나무의 가는 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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