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서린 음악은 얼마나 위험한가. 나이가 들어도 마르지 않는 심장, 바닥으로 꺼지거나 허공으로 사라질 아득함이여. 한잔의 술은 얼마나 불온한가. 거짓 위안과 환상으로, 가는 이를 배웅하는구나. 저 꽃잎은 얼마나 위태한가. 다음 계절이 와도 다시 돋을 줄 모른다. 부질없는 낭만과 뜻한 바 비겁으로 일관한 생애, 비와 마지막 바람을 불러 치명을 완수한다.
그래, 언제나 때를 기다렸지. 과거로 가거나 미래를 추억하고, 길을 접어 주머니에 넣을 적이나, 문득 누군가를 만나고, 흐리거나 비가 내리고, 헤매다 다시 길을 낼 적에도. 때가 되면 알지. 멱살 잡은 건 언제나 내가 아니라 때라는 걸. 그래, 너도 오래 기다렸구나. 먼저 움직이지 않는 세월처럼, 언제나 그렇게.
길을 걷다 보았다. 거기 있던 너. 지나지 않은 지난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