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일 2

스튜디오에서 찍어준 사진.

카테고리 etc

오십일

지난 일요일, 율이 태어난 지 오십일 되던 날, 산부인과 병원과 연계한 스튜디오에서 내준 무료 쿠폰으로 오십일 사진을 찍으러 가서 율이 이모가 눈치 보며 찍은 사진. 뽀샤시하게 그려놓은 스튜디오 사진보다 맘에 든다. 그날 십몇 년 사귄 후배 석주, 현정의 결혼식이 우방타워 1층에서 있어 서연이와 나는 랜드와 타워를 오가며 여름 같은 뙤약볕 아래 가는 봄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필우, 여전한 모습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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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D50

서율

온종일 단비 내린 하루, 첫째처럼 예정일을 딱 맞추진 않았지만, 같은 일요일, 3,680그램의 몸무게로 큰 진통 없이 세상에 나왔다. 풀 抒에 붓 聿, 녀석을 부를 이름이다.

유치원 발표회

어제 있었던 유치원 발표회. 50미리 단렌즈를 챙기지 않은 후회와 아쉬움이 있었다. 녀석(들)의 한 해를 대견해 하고 보람과 즐거움을 나누기에는 많이 부족하였고, 유치원에 대한 마음처럼 내내 여러 애증이 교차하는 기분이었다. 살아갈 많은 날들이 쉽거나 힘들지만은 않을 테지만, 뭐든 마음껏 할 수 있는 날도 많지 않을 터, 더러 견디기 어려운 날에라도 힘과 위안이 될 수 있게 풀어주고 함께 더 뛰어놀 일이다.

M6 스물아홉 번째 롤

ISO 100짜릴 갖고 어두운 실내에서 용케 찍혔다 싶다. 롯데시네마에서 서연이와 0124님은 맘마미아를, 나는 눈먼 자들의 도시를 본 날부터(오래되긴 했나 보다. 벼랑 위의 포뇨를 함께 본 날인 줄 알았더니, 핀잔 듣고 수정했다. 포뇨 본 날 갔다는 와인 앤 스피릿은 더욱 기억이 없었다. 잭콕까지 먹어 놓고는) 어제, 봄날 같았던 휴일 한낮까지. 그 사이 어느 밤에는 혼자 적벽대전 1, 2를 달아서 보았고, 다시 홍어 삼합과 오징어 통찜의 내장에 맛을 들여 틈나면 순례하고 있으며, 생업은 바빴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았다. 책과 음악은 멀리하였으며, 두 주째 토요일 오후에는 이 치료하는 서연이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손아귀의 힘을 느낄 때마다 아비의 심정으로 늙어간다. 늙기는 하는데 여덟 점으로 내려앉은 녀석의 바둑을 닮아 그런지 어째 전체 판을 읽는 수는 줄어만 간다. 독사에게 발목을 내미는 어린 왕자의 시린 마음이 그립기도 한 것이다. 이 새벽, 어느 별에서는 피지 않은 꽃망울이 지고, 어느 별은 궤도를 슬쩍 틀어 전부를 바꾸고야 만다.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미쯔비시 수퍼mx100

첫눈 온 날 아침

첫눈 온 날, 그저께 아침, 전혀 생각 못하고 있다가 쏟아지는 눈발에 일없이 설레고 반가웠다. 서연이는 나무마다 꽃이 핀다고 좋아하였다. 저녁에는 올 첫 송년회 자리, 무어 그리 보낼 게 많고 아쉬울 게 있다고, 내친 김에 사차까지 내달렸더니 이제 좀 정신이 돌아온다. 누적된 알코올 때문이겠지, 요즘 몸뿐만 아니라 부쩍 정신도 마음도 약해졌다. 다음은 0124님의 전언.

급하게 손톱 끝 봉숭아물을 확인하고
아직도 남은 봉숭아물에 흐뭇해하는

과연 너의 첫사랑 이루어질까

바둑

원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녀석이라 아침마다 후닥닥거려도 밥도 다 못 먹고 세수도 제대로 못 하고 유치원에 데려다주기 일쑤였는데, 바둑에 재미를 붙이고부터는 (일찍 일어나면 아침에도 한 판 둔다는 말에)연이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아침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그래서 매일 아침에 한 판, 저녁에 두세 판씩을 두는데 갈수록 나도 재미가 늘었다. 어느새 시간은 내가 더 많이 잡아먹곤 한다. 이기려고 꼼수를 짜내는 내 모습에 나도 모르게 흐뭇한 것이다. 살짝살짝 요령을 일러주었더니 스다섯 점을 놓고도 내내 지던 녀석이 며칠 사이 내리 열일곱 점으로 내려앉았다. 나야 뭐 갈데없는 십급 바둑이지만, 한 판 더 두잔 말이 절로 나오는 딱 이 수준이 즐겁다.

M6 스물여덟 번째 롤

제 자식 얼굴과 몸짓이 담겨 있어 더욱 그럴 테지만, 스캔한 걸 처음 모니터로 볼 때는 이번에도 그럴듯한 사진이 하나도 없구나 하다가도, 막상 올리려고 한 장 한 장 뺄 때엔 열두 번도 더 고민하게 된다. 삶에서도 무언가를 하나하나 덜어내는 기분일 때가 있다. 비어야 채운다지만, 어설픈 비유일 뿐이고, 채우고 싶은 욕심일 뿐이다. 그나마 사진을 고르듯 골라서 덜어내는 것이면 나으련만, 안 그래도 앙상한 마음들이 파르르 떨릴 때가 있다. 무릇 밀려나는 가슴이야 밀어내던 가슴을 헤아릴 길 없는 법, 문득 그렇게 지나간 사진들이 밟힌다.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코닥 포트라160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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