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1

긴 연휴, 토요일과 일요일 0124님은 직장 체육대회로 충북 괴산에 갔다 오고, 어제, 오늘은 함께 포항엘 갔다 왔다. 바다는,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바람이 많이 불고 기온이 낮아 겨울바다를 연상케 했다. 동대구역, 포항역, 죽도시장, 과메기회식당, 삼식이, 북부해수욕장, 엔비치, 굴개굴개 청개구리, 오뎅사께, 불꽃놀이, 포스코 불빛, 멍게, 해양회대게센타, 튀어 오르던 방어, 회국수, 다시 포항역. 동대구역에 도착하여 신라명과 샌드위치와 롯데리아 새우버거를 먹고 나오는데, 삽시간에 하늘이 검게 변하더니 천둥 번개에 마음 같은 비가 내렸다.

한 순간 그럴 수 없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리 낯설기만 한 감정도 아니건만, 많은 것이 비어버린 듯, 아리고 아프다. 편하려 했던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 되어버릴 줄 몰랐다. 여행 내내 따라다닌 것은 과거인가, 미래인가. 이 독한 환영은 언제쯤 나를 놓아줄 것인가.

세상이 강요하는, 그래서 대부분이 받아들이는, 두 갈래 길이 마뜩잖다. 어찌 길이 두 갈래 뿐이리오.

M6 스물두 번째 롤

지난 목요일, 처음인 듯 평일에 둘이 시간을 맞춘 날, 서둘러 CGV에서 테이큰과 버킷 리스트를 보고 이이팔기념중앙공원에서 여유있는 하오의 공기를 즐긴 후 서연이를 데리고 렌스시에서 도다리를 먹었다. 그리고 어제는 앞산에 올랐다가 영대네거리까지 걸어 내려와 솥뚜껑삼겹살, 피쉬앤그릴, 노래방까지 내달렸다. 등산하고 나서 먹는 소주 섞은 맥주 맛은 참 일품이라 아니 할 수 없다(물론 몇 잔까지 그렇다. 그 다음부터 먹는 것은, 그때그때 달라서, 누가 먹는 건지 모른다). 그 바람에 다음날 못 견딜지라도(그래, 이제 좀 살살 사귀어보자고, 친구).

당신은 지금, 옆에 있는 사람 말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는가.
노래를 부를 때나, 혼자 밥을 먹을 때나, 차창에 비친 얼굴에 문득 눈물이 맺힐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는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을 때, 즐겁게 술을 마시다가, 차창에 비친 햇살에 언뜻 눈물이 흐를 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그 사람 생각에
폭음을 하고, 노래를 부르고, 거리를 헤매는
독한 사람이 있는가, 말이다.

이이팔기념중앙공원에서 혼자 한참을 노래 부르더니 문득 울어버린 여자가 있었다. 그러고도 오래도록 노래를 부르고는 나비처럼 어디론가 가버렸다.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사람 때문이었다면, 그 사람은 그 여자가 자기를 생각하며 노래 부르고 울었다는 걸 과연 알고 있을까. 알 수 있을까.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코닥 포트라160vc

남이섬

어제, 0124님과 서연이는 춘천 남이섬에, 나는 단체로 산행을 갔다 왔다. 그 맑은 날에 몇 장 빼곤 죄다 ISO 1600에 맞춰진 상태로 찍어 노이즈가 자글자글했다. 고르고 고른 사진들. 산행은 월드컵 경기장 뒤편에서(해발 598미터의 대덕산이었다) 범물동 진밭골 입구로 넘어오는 코스였는데, 여름처럼 더웠으나, 군데군데 진달래가 피어 있어 반가웠다. 골안골식당에서 삼겹살에 소주, 맥주 잔뜩 말아먹고, 송학구이, 노래방까지 냅다 내달렸더니, 이제야 정신이 조금 든다.

남들은 한 번 들어오기도 어려운 공장(?), 두 번이나 들어온 대단한 사람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듣곤 했는데, 결국 세 번 들어오는 진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안온한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다. 조금은 독한 마음을 갖게 되었고, 이제 뭔갈 저지를 수 없는 자신을 보게 되었다. 연애도 제대로 못하는 부류에 편입한 기분, 약간은 씁쓸하다.

불꽃놀이

벌써 봄은 다 가버린 듯, 반팔 소매로도 낮엔 더웠다. 두류공원부터 일대 벚꽃이 한창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사람에 치이고 그저 지칠 게 뻔했지만 ‘닌텐도DS’와 ‘불꽃놀이’에 현혹되어 또 우방랜드를 찾았다. 어디서 알았는지 요즘 닌텐도DS 노래를 부르는 녀석에게 (저도 대충 가격을 알기에)산타 할아버지를 둘러대어 연말까지 잘 미루어두었는데, 마침 이곳 영타운에서 세시부터 하는 빙고게임 타이틀이 닌텐도DS라 행여 하는 마음도 들고, 가까이에서 (개장 13주년 기념)불꽃놀이를 볼 욕심도 났던 것이다.

직장 동료 결혼식에 들른 0124님과 서연이를 입구에서 만나 곧장 영타운에 자리 잡고는 시끄러운 음악과 따가운 봄볕 속에 버텼으나, 짐작대로 셋 다 빙고 근처에도 못 가고 말았다. 그래도 긴 줄과 부실한 먹을거리에 지친 끝에 여덟시에 맞은 불꽃놀이는 감동적이었다. 불꽃이 터지는 바로 아래에서 맞는 불꽃들이 이렇게 장관일 줄 몰랐다. 마치 깊은 산 속, 그믐날 쏟아지는 별들이 그대로 눈 속으로 부서져 내리는 듯, 서연이와 나는 앉은 채로 그 속으로 빨려들고 있었다. 비교적 작은 규모일 테지만, 그만큼 가까이에서 동화되는 기분이었다. 불꽃 터지는 소리에 맞춰 저도 모르게 연신 감탄사를 내뱉고도 쿵쾅대고 울렁이는 가슴을 어찌할 줄 몰라, 마치고도 바로 자리를 뜨지 못하였다.

방금 담배 생각에 잠깐 나가 제법 많이 내리는 비를 보니 기온으로는 몰라도 꽃으로는 다 간 봄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산에 올라 무리진 선홍빛 진달래를 만나면 늦봄을 즐길 수 있으려나. 봄나들이 한번 제대로 못하고 지나가나 했더니, 불꽃놀이 한번으로 올봄이 이리 빛나는가 한다.

휴일, 비 오는 우방랜드

모처럼의 휴일이었다. 금요일 밤부터 잔뜩 취해 토요일은 간데없고, 겨우 몸을 추슬러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우방랜드로 나들이 갔다 왔다. 0124님이 어느 사이트에서 신청한 세 식구 연간 회원권을 111,000원에 교환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 나선 것이다. 놀이기구를 많이 타지 못해 서연이는 아쉬워하였지만, 조용해서 좋았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내리는 길, 개나리와 산수유 노란 물결 틈에 혼자 핀 진달래가 예뻤다.

* 휴일 이틀, 0124님이 중앙도서관에서 빌려놓은 알랭 드 보통의 ‘우리는 사랑일까(The Romantic Movement)’를 읽었다. 수많은 앨리스와 에릭들, 뒤바뀐(또는 알 수 없는) 운명들에 경의를.

M6 스물한 번째 롤

이 초라한 블로그가 나에게 가져다 준 게 적지 않다. 작은 허세일망정 지키게 하였으며, 단순한 기록을 넘어 생활을 반추하게 해 주었다. 살다보면 생기기 마련인 크고 작은 매듭마다 잊지 않고 새길 수 있게 하였으며, 서연이의 소중한 성장 과정을 간직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그보다 더한 것들도 주었다.

한동안 이 블로그에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다. 말이 그대로 거짓이 되든, 사는 모양이 거짓을 증거하든 할 거라는 예감에 눌린다. 스스로를 배반하는 걸 언제, 어디까지 용납할 수 있을까. 스스로가 이기든, 배반이 이기든, 멋지게 타협하든, 죽도 밥도 절도 다 떨어지든 할 테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다.

* Leica M6, summicron 50mm 3rd, 후지 오토오토400

M6 스무 번째 롤

신상에 제법 큰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아마 더 있을 것 같다. 진득하니 뭔 일을 못하는 놈이 딱 때가 된 게지, 하다가도 이게 영 엉뚱한 데로 접어드는 건 아닌가, 한다. 자꾸만 어디서 본 듯한 이미지 같지만, 두 번째 사진이 무척 마음에 든다.

* Leica M6, summicron 50mm 3rd, 코닥 프로이미지100

재롱 잔치 2

지난 2월 14일, 새 학기부터는 유치원에 다닐 예정이라 어린이집에서는 두 번째이자 마지막 재롱 잔치. 어린이회관 꾀꼬리극장에서. 무대 위에서 제 어미랑 눈이 마주치자 아빠는? 할아버지는? 삼촌은? 하고 식구들 찾던 게 무척 사랑스러웠다. 긴 시간 씩씩하고 예쁘게 잘 해냈다.

이거 괜찮은데요

요즘 일이 바빠 연휴에 맞물린 어제 같은 놀토에도 느지막하나마 일을 보러 나갔었다. 늘 그렇듯 쫓기듯 바쁜 일이야 아니지만 어느 때보다 잘 풀렸으면 하고 바란다. 역시 일을 한 0124님이 일을 마치고 서연이와 교보문고에 들러 찍은 사진. 이제 처분하기도 어려운 카메라, 언제 화이트밸런스 맞추는 법이나 일러줘야겠다. 다음은 0124님의 전언.

Keith Jarret의 새 음반을 들으며 하는 말, 엄마 이거 괜찮은데요. 뭘 알고 하는 말인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흐를 때면 언제나, 엄마 이거 우리가 좋아하는 거다. 먼 훗날 정말 그와 취향이 비슷하다면 하고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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