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6 열아홉 번째 롤

맑은 가을날 산에 올랐을 때부터 사진이니 오래 되어도 한참 오래 되었다. 한 롤 맡기나 두 롤 맡기나 가격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데, 두 롤 모으려면 봄은 되어야 할 것 같아 나간 김에 맡겼다. 어떤 예쁜 이미지를 찍어보고 싶단 생각을 문득문득 하곤 하는데, 언제 한 장이라도 찍어볼지 모르겠다.

중앙통 거리는 그래도 성탄과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분주한 사람들 가운데 천천히 먼 길을 가는 사람들 생각에 잠시 잠겼다. 찬 바람에 담배 연기가 한참 머물다 흩어지곤 했다.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코닥 포트라160vc

서연이가 찍은 사진

대구우체국엘 갈 일이 있어 나갔다가 이이팔기념중앙공원에서 만나 서연이가 찍은 사진, 그리고 어린 사진사. 남은 필름이나 소진하게 사진기 갖고 나오랬더니 서연이가 자기도 찍을 수 있는 사진기를 갖고 가재서 오공이도 들고 나왔댄다. 잘 몰랐는데, 아무래도 사진 찍을 때 표정을 좀 바꿔봐야겠다.

M6 열여덟 번째 롤

지난 일요일, 모처럼 산엘 올랐다. 서연이가 잘 걸어준 덕에 충혼탑 옆 주차장에서부터 약수터 조금 위까지 오를 수 있었다. 저녁에 신천이라도 매일 걸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정색을 하고 책으로 펴낸 글보다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 더 살갑고 재미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웹에서는 뜻은 좋으나 여러모로 문장이 난삽하여 얻을 것만 얻고 지나치게 되는데 막상 펴낸 책은 잘 다듬어져 있어 마음에 드는 경우도 있다. 앞의 것은 정민의 책 읽는 소리를 다 읽고나서 느낀 것이고, 뒤의 것은 우석훈의 책들을 짧게 훑어보고 느낀 것이다. 선비의 삶을 비롯하여 옛글을 읽는 재미야 유별난 데가 있지만(특히 정민처럼 문장이 좋은 경우에는 더욱), 한 가지, 술 익었다 대신 부르러 가고 편지 전하러 가는 종놈이나 당시 세상을 떠받치던 생산자들의 눈과 세계는 어쩐단 말이냐,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다. 조선일보 기고 글이 많아서일까, 괜한 트집이라도 잡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킹콩을 빌려다 봤는데, 다른 건 다 몰라도, 킹콩이 많은 일을 끝낸 것처럼 앉아 노을을 바라보는 모습은 오래 안 잊혀질 것 같다. 그 장엄함과 우수라니.

평생 마실 술의 총량이 정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노을처럼 오래 오래 붙들고 싶다. 인정이고 술이고 아낄밖에.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후지 오토오토400

M6 열일곱 번째 롤

마음에 바람 불고 늦게 난데없이 비 내리던 날 그때, 그리고 녀석의 네번째 양력 생일날.

어쩌다 여의도에 갈 때마다 대통령 후보를 만나게(?) 되는데, 지난 대통령 선거 때에는 당시 민주당 경선 후보이던 노무현을 욕탕 안에서 만나 목례를 주고받은 적이 있으며, 얼마 전에는 탈의실에서 후보 확정 직전의 이인제를 만나 악수를 나눴는데, 이번에는 야밤에 맥주 한잔하다 권영길 후보와 일행들을 만나 몇 차례 악수를 하고 몇 마디 말도 나눴다. 일행 중 한 분은 자꾸만 나에게 면이 익다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다.

이번에 난생 처음 한강 유람선을 타보았다. 누구라도 한 번 타보고는 다시 타진 않을 것 같았지만(만나는 상대가 바뀐다면 모를까), 뱃전에 서서 바람을 맞는 기분이 상쾌했다. 조각난 달이 계속 따라다녔다.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코닥 포트라160vc

M6 열여섯 번째 롤

지난 번 술병을 핑계로 미룬 서연이와의 약속을 지키러 다닌 일요일 하루. 이발하고, 어린이회관으로, 수성못으로, 앞산공원으로 열심히 다녔다. 어린이회관에서 문석이형과 그 아들 대범이를, 앞산공원에서 철환이, 미영이 내외와 그 아들 유를 만났다. 목적지를 이동하는 동안에는 차를 탔지만, 앞산공원에서는 앞산네거리까지 걸어 내려왔다. 사람도 없고 어두운 밤이라 서연이를 업고는 내 기분에 취해 많은 노래를 불러주었다. 노을빛과 마지막 시간 운행하는 케이블카 위에서 본 야경이 아름다웠다. 근 열흘간 네 컷 남은 걸 소진하지 못해 어제 아침 대충 찍고는 0124님께 맡겼더랬다.

* Leica M6, summicron 50mm 3rd, 코닥 프로이미지100

M6 열다섯 번째 롤

두 롤 채워 맡기려다 보니 무지 오래된 사진들이다. 0124님 퇴근길에 올리브칼라에다, 어제 맡겨서 오늘 찾았다. 뒤의 사진들은 9월 2일 벌초하러 가서 태어나 세살까지 산 의성 고향집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비가 온 탓도 있지만(그렇기 때문에) 예쁜 사진들을 더 찍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아직도 이 사진기를 막 굴리지 못하겠다.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summicron 50mm 3rd, 후지 오토오토400

편지

오늘 아침 출근 준비하느라 샤워하는 중에 서연이가 쓴 편지. 내용인즉슨 ‘나중에 아빠 생일에 케이크 먹을게요 알았죠 사랑해요’ 되겠다. 얼마 전부터 케이크 먹을 욕심에 다음달 말에 있는 제 생일을 노래 부르더니 방법을 조금 바꿨나 보다. 자식에게 처음 편지(?) 받아보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사진벽에다 고이 붙여두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단체사진

어제 모처럼 처가 식구들이랑 다사까지 밥 한 끼 먹으러 갔다. 오리 고기 맛이야 별로 입에 맞지 않았지만 주인 아저씨 마음씨가 좋았다. 나오는 길에 호박 한 덩이를 거저 주시더니 밭으로 가 깻잎을 마음껏 따가게 해주셨다. 0124님 덕에 서연이 어린이집 참여수업 이후 처음 오공이를 만져보았다.

토요일부터 어제, 오늘, 내일까지 휴가다. 지난 한주 서연이 방학도 끝나고 월요일 오전 조용한 집에서 혼자 블로글 들여다보고 있자니 비로소 평화가 흐른다. 어제처럼 설치고 나대는 서연이를 본 적이 없다. 망할 놈의 파워레인저.

M6 열네 번째 롤

초복에 서연이 외가에 들렀다가 성북교에서부터 신천을 따라 칠성시장까지 걸었다. 집까지 걸어오고 싶었지만 이 녀석 해찰이 심해 다리 두어개 지나는데 서너 시간은 족히 걸렸다. 칠성시장에 온 김에 옛날 족발을 좀 사왔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순식간에 맥주 한 캔이랑 ‘처음처럼’ 하나를 깨끗이 비웠다. 그리고 오늘(제헌절) 덜 찍은 필름을 소진하며 올리브칼라에 필름 맡기러 가는 길에 몇 컷.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summicron 50mm 3rd, 코닥 프로이미지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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