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루

from text 2025/08/15 20:24
한 세월 중독자처럼 살기도 하였고 한 시절 눈보라처럼 날아다니기도 하였다. 바람 따라 훨훨, 여름에는 가을을 기다리고 겨울이면 봄을 반겼지. 흙에서 흙으로, 한세상 푸르른 심연을 바라보며 살았다. 어느 하루, 긴 잠 끝에 긴 꿈을 접고.

인생은 진리 탐구의 영역이 아니라 같은 전제에서 다른 결론이 나오기도 하고 다른 전제에서 같은 결론이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이 정답이다. 산다는 게 여전히 새삼스럽기 한이 없구나. 모쪼록 누구든 오래도록 살아 있으라.

장진주

from text 2025/07/22 18:05
그대는 보지 않았는가
황하의 물이 하늘에서 내려와
콸콸 흘러 바다에 이르면 다시는 못 돌아오는 것을
그대는 보지 않았는가
권세 높은 사람들도 밝은 거울 앞에서는 센 머리를 슬퍼함을
아침에는 푸른 실 같았거니 저녁 무렵 흰 눈으로 되었네
사람으로 태어나서 큰 뜻을 이뤘다면 모름지기 온갖 기쁨 다 누려야 하는 것을
술도 안 든 금단지가 달 맞는 일 없게 하라
하늘이 나를 낳고 재주까지 주셨으니 반드시 있으리라 긴요하게 쓰일 일이
천금이나 많은 재물 마구 뿌려 쓴다 해도 되돌아오는 것이 이 세상 이치일세
양 잡아라 소도 삶고 이제부터 즐기리라
마신다면 한 자리에 삼백 잔은 되어야지
잠부자여, 단구생이여
술 한 잔 올리오니 그대들은 막지 마소
그대들께 바치리니 한 곡조 술 노래를
그대들은 나를 위해 귀 기울여 들어주오
귀한 음악 산해진미 그 무엇이 부럽겠소
바라기는 오직 하나 오래 취해 안 깨는 것
예로부터 성인, 현인 모두 죽어 쓸쓸한데
이름 남긴 사람들은 술꾼들뿐이로다
그 옛날에 진사왕이 평락관서 벌인 잔치
만금 줘야 사는 술을 흥청망청 마셔댔지
주인아! 어찌하여 돈 없다고 말하는고
곧바로 술을 구해 그대들께 따르리라
오화마도 천금구도 아까울 것 무엇이뇨
아이 불러 내보내서 맛난 술과 바꿔오라
그대들과 함께하며 오랜 시름 녹이리라

李白의 將進酒. 며칠 전 연세 지긋하신 어떤 분이 한자 원문으로 부르는 창을 직접 들을 기회가 있었다. 술을 앞에 두고도 마시지 않았으나 계속 떠올라 옮겨 둔다. 정철의 장진주사도 그렇고, 즐기고 누리는 일이 아득하기만 하여라.

잔만딱두

from text 2025/07/18 06:18
즐기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좋아하여 자주 하다, 즐겁게 누리다라고 한다. 누리다는 마음껏 즐기거나 맛보다라고 하고. 자주, 마음껏 말고 적당히, 나누어 천천히 즐기자는 생각을 언제부터 하였던가. 처음 하는 각오인 듯, 마음을 굳게 다지고자 사전도 찾고 기록도 남긴다. 잔만딱두, 두너!!

* 목성균의 수필집 누비처네를 아껴 읽고 있다. 한 장 한 장 넘기기가 아까워 한 문장을 두 번, 세 번 읽곤 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다 읽으면 옆에 두고 더 오랫동안 다시 읽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