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가 울고

from text 2025/06/14 18:20
누구나 인생을 좀 누릴 일, 잘 있다 가도록 하자. 꾸미고 즐기고 좋은 구경도 하면서 하고 싶은 것도 더 마음껏 하자. 일러도 이를 게 없고 늦어도 늦은 게 아니다. 기회를 노리고 여건을 만들어 어릴 때나 나이 들어서나 뭘 남기지 말자. 미련도 회한도 비에 씻고 바람에 날리자. 타인의 세계가 아니라 내 세계를 살고 우리보다 나를 생각할 일이다. 여력이 있을 때 세계를 확장하고 도모할 일이다. 갔다가도 돌아올 일이다. 밤새 부엉이가 울고 다시 눈이 침침해진다.

다만

from text 2025/05/30 05:42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기억에는 까마득히 오래된 것 같은데, 늘 경계를 넘나들며 사는 기분이다. 진짜 자신과는 떨어져 있으나 적당히 무리에 섞여 인정 받으며 사는 삶과 외로우나마 고집을 부리며 잠행하듯 사는 삶 사이에서. 때때로 한쪽으로 치우치기도 하지만 대체로 경계 위에 서 있게 된다. 사는 게 호락호락, 쉽고 단순하지는 않은 것이겠지. 그리 쉽게 단순하고 쉬워지지는 않는 것이겠지. 가볍게 사는 쪽과 무게를 안고 사는 쪽 사이에서 길을 잃고 가벼운 무게에 눌려 바스러지기도 하고, 한 세상 오늘만 보고 살거나 제대로 한번 제정신으로 살기도 한다. 그러한 작정의 이쪽저쪽에는 늘 술이 한몫하여 주기적으로 끊었다 잇곤 한다. 어느 한쪽인들 치우치지 말라고 말짱하다가도 취하고 다 무너졌다가도 슬슬 일어서곤 한다. 경계를 타듯 줄이거나 즐기지 못하니 널이라도 뛰듯 오르내리는 것이다. 오르내리며 즐기는 것이다. 먼 길에 제자리 맴맴이라 즐기는 것이 즐기는 것이랴만, 다만 인연이 있고 살아있으니 그렇게 즐기는 것이다.

이만하면 누구나

from text 2025/05/18 17:25
나이가 든다는 것, 늙는다는 게 뭘까. 바람은 작고 고민은 크며 기쁨은 적고 슬픔은 많구나. 싫은 사람은 피하면 그만이고 여전히 좋은 사람은 드무니, 사람은 적고 그리운 날은 많기도 하다. 지난날은 길고 앞날은 짧아서 그런 걸까. 기억이 가물거려 언제 귀밑머리 센 줄 모르겠다.

딱 싫은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 아둔하여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 거짓을 일삼고 언행이 가벼운 사람, 여러 잣대를 갖고 있는 사람, 이익이 앞서고 명예를 모르는 사람이 그들이다. 좋은 사람으로는 우선 진솔하고 담백하면 된다. 싫은 유형의 반대면 족하고, 사회적 식견과 인문학적 교양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감히 바라건대 예술적 소양에 유머와 직관을 겸비하여 인간적인 매력까지 있다면 얼마나 더 좋을까마는.

꼬장꼬장하면서도 부드러운, 다 이해해도 다 받아들이지 않는, 다가오지 않아도 다가가는, 아직은 갈 데까지 가 보는 정신과 자세를 갖고 낙치, 백발에 맞설 일이다. 이만하면 누구나 나머지 청춘을 사르고 말겠다고 노욕을 부리기에 충분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