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에 해당되는 글 4건

  1. 새생활신조 2024/09/29
  2. 동면 후에는 2024/09/21
  3. 가을맞이 2024/09/08
  4. 시퍼런 바다를 2024/09/06

새생활신조

from text 2024/09/29 09:52
집착이나 중독에서 벗어나, 술을 멀리하고
카페인도 줄이고 책도 좀 읽고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기.
인정을 아끼고, 몸과 마음을 단정히.

* 얼마나 알아야 준비가 되는 걸까. 얼마나 알아야 괜찮은 걸까.

동면 후에는

from text 2024/09/21 19:54
동면에서 막 깨어난 듯, 몇 군데 필름이 끊어진 것 같은 상태로 구월을 보내고 있다. 정신머리가 술에 익숙하니 그런가, 술을 멀리하는 동안 꼭 잔뜩 취한 것처럼 머리 회전도 잘 안 되고 말이 맥락없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다시 익숙해지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겠지. 글쎄다, 못난 놈이 식물의 지혜를 익히는 데 또 얼마나 걸릴까.

종일 비가 내리고, 이제사 진짜 가을이 올 모양이다. 모처럼 거실에서 듣는 빗소리, 빗길을 달리는 자동차 바퀴 소리가 정겹다. 그래, 그만하면 본성을 거슬러 오래 왔다. 나이를 먹으면 묵묵히 받아들이거나 포기할 줄 알게 되지. 이것도 자연의 섭리겠다. 먼길을 가려면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한 법이라더만, 참으로 위없을 일이로다.

배우기 싫어도 배우게 되는 게 있고, 하기 싫어도 할 수밖에 없는 게 있더라. 아무려나, 기다린들 더는 서두를 일 없다. 어서 가자, 애써 이를 일 없다. 어리석은 것이 차마 닮지 말 것은 닮지 말자, 꼭꼭 이를 뿐.

가을맞이

from text 2024/09/08 07:02
뭔가 알 것 같고 즐길 수 있을 것만 같을 때가 있는데 대체로 이미 늦었다는 감도 같이 들게 마련이다. 근데 이게 막상 늦어도 늦은 게 아닌 거고, 길을 걷다 보면 어제를 걷기도 하고 내일을 걷기도 하는데 이게 또 오늘을 제대로 걷게도 하는 거다. 심연은 무슨 색일까. 파란 하늘, 새파란 바다가 다르게 보이기도 하고, 같은 눈, 같은 마음이 새롭게 보이기도 한다. 갈 길이 아직 멀다.

* 늘 술과 함께하던 생을 바꿔 보기로 한다. 갈데없는 마음도 쓸데없는 미련도 버리고.

시퍼런 바다를

from photo/etc 2024/09/06 12:18
한 사람이 온전히 다 궁금할 때가 있었다. 온전히 다 그리웠던 적도. 긴 여름이 가고 문득 가을이 오듯, 잠깐 졸았을 뿐인데 지난날이 꿈같기만 하구나. 어느새 세상일도 스스로도 궁금하지 않고, 다가오는 계절이 전하는 말에 조용히 귀기울일 따름이다.

어제 큰아이의 신병 교육훈련 수료식이 있었다. 어느 때보다 훌쩍 커 버린 모습을 보며 아주 오래전에 느꼈던 아비의 시린 마음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어린 제복들의 의젓한 모습이 파란 하늘, 시퍼런 바다를 닮았더라. 사진은 0124님의 아이폰 13 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