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앞에서

from text 2008/03/20 16:04
하마터면 계절도 참꽃도 모르고 지나갈 뻔 했지. 아침에 보니 일찍 핀 목련은 떨어지는 것도 있었다. 드문드문 개나리도 피었고 연둣빛 잎새를 단 나무도 눈에 띄었다. 문득 매캐하던 서울 하늘이 떠오른다. 근 한 달여 절반을 서울에서 보냈지만, 맑은 날을 본 기억이 없다. 며칠, 그 하늘처럼, 심란한 와중에 신경이 날카로웠나 보다. 마침 가까이 있다 찔린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우리 시대의 자유는 결국 '경제로부터의 자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인가.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여차하면 길을 내면 된다는 거야 역시 술자리 허언에 지나지 않는 걸까. 어느 쪽이든 한 발 내디디면 모양 다른 나락으로 떨어질 것만 같다. 마치(어쩌면) 당당한 나락이냐, 안온한 나락이냐의 갈림길 같다. 모르거나 막혔을 땐 주저앉아 쉬거나 기다리는 법을 터득해왔건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면)티끌 같은 가벼움에 몸을 맡길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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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ono0124 2008/03/20 17:3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어느 길이든 그 길은 당신 길이겠지요...
    책임이 따르는 자유 너무 벅찬가요? 어떻게든 힘되는 법을 알아봐야겠어요.
    이 세상이 우리가 살기엔 너무 지독한가요? 그런건가요?
    소박하게 말은 쉽습니다만은...

    • excuser 2008/03/21 03:59  address  modify / delete

      스스로 생산하지 못하는 자들의 숙명인 것을요. 호강에 받쳐 요강에 똥 싼다고, 되잖은 고민에 귀기울여주시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라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