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드레스

from text 2008/04/22 11:50
인생은 생방송, 생일, 나의 20년, 청춘 브라보, 기타부기, 사랑해봤으면, 당신은 모르실거야, 웨딩드레스, 여자의 일생, 내 삶을 눈물로 채워도, 배신자,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사는 게 뭔지, 타타타, 내 인생은 나의 것, 인생, 산 팔자 물 팔자. 어젯밤 1069회 가요무대에서 '인생이란'을 주제로 들려준 노래들이다. 생일, 나의 20년을 들으며 문득 아득해지더니, 웨딩드레스를 들으면서는 한탄이 절로 나왔다(한상일이라고 처음 보는 멋진 노신사가 마치 가곡처럼, 또는 읊조리듯 불렀는데, 나에게는 홍민이 부를 때보다 호소력이 훨씬 컸다. 오늘 검색을 통해 한상일, 홍민, 이은미, 임웅균 버전을 만날 수 있었다. 각자의 음색이 잘 살아있어 다 좋았지만, 모두 어제 한상일의 것만큼 좋진 않았다. 그간 홍민이 부르는 것만 보았던지라 원래 홍민의 노래인 줄 알았더니, 이희우 작사, 정풍송 작곡에 한상일의 노래였다. 정인엽 감독의 초기작 '먼데서 온 여자'의 주제가로 불렸다고 한다. 1970년 2월 발표). 그리고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에서 지나간 여러 청춘들이 하나둘 떠오르더니(노래방 문화가 없던 시절, 술자리에서 한 사람씩 날것으로 부르는 노래가 그렇게 좋았다. 사람들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사는 게 뭔지, 타타타, 내 인생은 나의 것을 따라 부르고 있었다.

당신의 웨딩드레스는 정말 아름다웠소
춤추는 웨딩드레스는 더욱 아름다웠소
우리가 울었던 지난날은 이제와 생각하니 사랑이었소
우리가 미워한 지난날도 이제와 생각하니 사랑이었소
당신의 웨딩드레스는 눈빛 순결이었소
잠자는 웨딩드레스는 레몬 향기였다오
우리를 울렸던 비바람은 이제와 생각하니 사랑이었소
우리를 울렸던 눈보라도 이제와 생각하니 사랑이었소
당신의 웨딩드레스는 눈빛 순결이었소
잠자는 웨딩드레스는 레몬 향기였다오

언젠가 적당히 늙은 어느 날, 이 노래를 멋지게 부를 날이 있을까. 곱게 늙어가서, 한 십여 년 연습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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