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에 대하여

from text 2025/05/17 16:32
그게 다 착란에 의한 어떤 작난 같은 거지요. 여기 없는 건 거기도 없어요. 오늘이 지나면 다시 오늘이 오듯 작고 단순한 작난 같은 것. 마치 사랑이 정말 있기라도 한 것처럼 흉내내며 살다 가는, 조막만한 그릇들의 밀회 같은 것이지요. 그래요, 오늘은 봄이 길어 뒤숭숭한 별들에 건배합니다. 먼저 간 이들과 아직 남은 이들을 생각하면서. 두루 잘 살았으면 했고, 멋스럽게 늙고 싶었지요. 사랑이나 낭만을 위해서라면 다 걸 것처럼 살았습니다. 술을 좋아하고 즐겼으며 다른 잣대를 싫어하고 꺼렸습니다. 해 질 무렵과 가을을 좋아했고, 사람이 좋고 사람이 싫었습니다. 누구나 하는 마무리. 뜬금없이 아래 김영민의 가벼운 고백에서 한 대목 옮깁니다. 그럼요, 언제나 그렇듯 무소식이 희소식이지요.

좋은 가을 하늘이다. 어쩌라는 걸까. 다르게 살아보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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