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from text 2025/05/30 05:42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기억에는 까마득히 오래된 것 같은데, 늘 경계를 넘나들며 사는 기분이다. 진짜 자신과는 떨어져 있으나 적당히 무리에 섞여 인정 받으며 사는 삶과 외로우나마 고집을 부리며 잠행하듯 사는 삶 사이에서. 때때로 한쪽으로 치우치기도 하지만 대체로 경계 위에 서 있게 된다. 사는 게 호락호락, 쉽고 단순하지는 않은 것이겠지. 그리 쉽게 단순하고 쉬워지지는 않는 것이겠지. 가볍게 사는 쪽과 무게를 안고 사는 쪽 사이에서 길을 잃고 가벼운 무게에 눌려 바스러지기도 하고, 한 세상 오늘만 보고 살거나 제대로 한번 제정신으로 살기도 한다. 그러한 작정의 이쪽저쪽에는 늘 술이 한몫하여 주기적으로 끊었다 잇곤 한다. 어느 한쪽인들 치우치지 말라고 말짱하다가도 취하고 다 무너졌다가도 슬슬 일어서곤 한다. 경계를 타듯 줄이거나 즐기지 못하니 널이라도 뛰듯 오르내리는 것이다. 오르내리며 즐기는 것이다. 먼 길에 제자리 맴맴이라 즐기는 것이 즐기는 것이랴만, 다만 인연이 있고 살아있으니 그렇게 즐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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