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곡차곡

from text 2026/02/17 06:20
벽돌을 한 장 한 장 얹어 집을 지었네. 한쪽으로 창을 내고 다른 쪽으론 흔들의자를 두었지. 흔들흔들거리며 살 거라고, 창밖으로 지는 노을을 보며 잠들 거라고. 꽃나무를 심고 닭을 키우며 살고 싶었네. 먼 못에서 세월 같은 물고기 몇 마리 낚으면 나도 그만 목이 메어 한물간 가수처럼 노래도 불렀으리라. 불멸자에게 시간이란 무엇인가. 필멸자에게 운명이란 무엇인가. 인연 가루에 외로움 몇 방울 이겨 알록달록 살림을 차리고, 칸살 너머 달이 뜨면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을 떠올리며 술잔도 비웠으리라. 슬픔과 설움 같은 것들을 헐어 봉분 같은 집을 지키고 차곡차곡 꿈들을 접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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