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끝나면 죽음도 끝이 난다. 죽음도 더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죽음만큼 확실한 게 없고 죽음만큼 알 수 없는 것이 없다. 삶은 불확실하고 그만큼 명쾌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산길을 한 발 한 발 걷는다. 이미 진 낙엽과 이제 지는 낙엽이 가는 세월을 논한다. 산성산 잣나무 숲에는 여린 빛과 이른 고요가 있고, 시절은 늘 수상하나 세월은 끄떡 않는다. 언제나 산은 말이 없고 산을 닮은 나무들만 노래한다. 남은 광기를 주체하지 못한 어떤 중생은 제자리에 고꾸라지기도 한다. 아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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