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32'에 해당되는 글 7건

  1. 기념사진 2024/08/31
  2. 마지막 계절 2024/02/25
  3. 달성습지에서 2023/10/24
  4. 허수아비 2023/10/24
  5. 산성산 잣나무 숲 2023/09/10
  6. 수조 2023 2023/01/30
  7. 어쩌다 2022/07/04

기념사진

from photo/etc 2024/08/31 10:58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중에도 며칠 부쩍 가을 냄새가 난다. 계절은 돌고, 우리는 되돌아가지 않는다. 그간 세일러 프로피트 캐주얼 M닙과 워터맨 까렌 F닙, 노트 몇 권과 잉크 몇 병, 펜 케이스를 추가하였다. 오랜만에 책도 몇 권 샀다. 무념, 응진 역의 법구경 이야기, 리처드 바크의 환상, 신형철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민병일의 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 당분간 뭘 더 들일 일은 없을 것 같고 기념사진 한 장 남겨 둔다. 이 세계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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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계절

from photo/etc 2024/02/25 08:56
토요일 저녁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린 최백호 콘서트에 다녀왔다. 한 주 내내 비가 내리더니 공연을 보고 나오는 길에 또 비가 내렸다. 공연의 감흥에 비까지 내리니 날씨 핑계로 다음날 예정되어 있던 사계동행 산행 일정을 뒤로 미루고 이십여 일만에 한잔하였다. 대봉동 징기스와 퍼센트. 창밖 풍경에 가라앉았다 자정 너머 돌아올 때까지 내내 비가 내렸다.

나이가 들고 긴장을 즐기는 여유를 갖게 되었다는 말과 마지막 계절이 가을이었으면 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문제일 뿐 한 호흡에 부르기 어려우면 세 호흡에 부르면 된다고, 아흔에도 콘서트를 할 거란다. 그때 부를 마지막 계절이라는 노래도 만들어 두었다며 조금 들려주었다. 멋있게 잘 늙었다는 생각을 하며 멋있게 잘 늙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사람이 산다는 게 무얼까 잠시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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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습지에서

from photo/etc 2023/10/2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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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from photo/etc 2023/10/24 17:58
신천에서 만난 허수아비. 두 팔 벌려 새를 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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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산 잣나무 숲

from photo/etc 2023/09/10 17:06
삶이 끝나면 죽음도 끝이 난다. 죽음도 더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죽음만큼 확실한 게 없고 죽음만큼 알 수 없는 것이 없다. 삶은 불확실하고 그만큼 명쾌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산길을 한 발 한 발 걷는다. 이미 진 낙엽과 이제 지는 낙엽이 가는 세월을 논한다. 산성산 잣나무 숲에는 여린 빛과 이른 고요가 있고, 시절은 늘 수상하나 세월은 끄떡 않는다. 언제나 산은 말이 없고 산을 닮은 나무들만 노래한다. 남은 광기를 주체하지 못한 어떤 중생은 제자리에 고꾸라지기도 한다. 아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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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 2023

from photo/etc 2023/01/30 21:02
그만 없앨까 진지하게 고민하던 수조의 위치를 옮기고 며칠 뒤, 더 유지하기로 마음먹은 김에 바닥에 적사를 깔았다. 탱크항 칠 개월 만이다. 어제 아침 무렵 조명을 켰을 때와 한낮 조명을 껐을 때. 마음에 들기도 하고, 많이 바꾼 기념으로 남겨 둔다. 갤럭시 A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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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from photo/etc 2022/07/04 20:08
딱 한 번 길을 잘못 들거나 어쩌다 한 번 발을 헛디뎠을 뿐인데 돌아가는 길도 가던 길도 찾을 수가 없구나. 하긴 메뚜기도 한철이고 사랑도 한때라긴 하더라만. 도시의 동쪽 끝, 열기로 가득한 거리의 작은 벤치에 앉아 형형색색으로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을 본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느냐. 무엇을 하다 무엇을 하지 않느냐. 여기는 어디고 거기는 어디냐.

장자 소요유편에 이런 말이 있다. 요의 천하 양도 제안에 대한 허유의 답이다. '뱁새가 깊은 숲에 깃들여도 한 개의 나뭇가지에 의지할 뿐이고, 두더지가 강물을 마셔도 그 배를 채우는데 불과하오. 그러니 당신은 돌아가시오. 나는 천하가 쓸데가 없소. 요리사가 음식을 잘 만들지 못한다 해서 신주(神主)가 술단지와 도마를 뛰어넘어가서 대신 음식을 만들 수는 없는 법이오.'

지난달 거실 화분에 키우는 호야에 처음 꽃이 피었다. 둘째가 초등 저학년 때 학교에서 가져왔으니 오륙 년 만이다. 꼬박 사 년이 지난 수조에서는 바닥재를 몽땅 들어내는 대공사가 있었다. 새로 장만한 갤럭시 A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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