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세상 같으면 서러운 심회를 필묵에 맡겨 혼쇄(渾灑)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으면 강저(江渚)에 낚대로 벗을 삼아 한평생 꿈결같이 살아 나갈 수도 있을 터인데, 현대라는 괴물은 나에게 그렇게 할 여유조차 주지 않는다.
풀이에 따르면, 혼쇄란 발묵(發墨)으로 흐리게 하고 필선(筆線)으로 선명하게 한다는 뜻. 몇 해 전 사다놓고 읽다만, 열화당에서 2000년 새로 펴낸 김용준의 '새 근원수필'을 들추다가, 1948년 을유문화사에서 처음 출판될 당시 발문에서. 다시 읽으며 왜 그렇게들 추켜올리는지 진미를 조금 알 수 있었다.
술병이 과한 겐지, 한 모롱이 돌아가는 겐지, 그저께는 하루 종일 허리가 내려앉듯 아프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한쪽 어깨와 목이 움직이지 못할 만큼 아팠다. 동물은 동물인지라, 마음 아픈 것 만한 게 없다는 건 순 거짓말인 줄 알겠더라. 옆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것도. 진통제를 먹어서 그런지 조금 나은 듯하긴 한데, 시커먼 얼굴에 부실한 몸뚱아리를 보고 있자니 다 던져두고 어디 큰 그늘 아래에서 바람이나 쐬고 요양이나 하다 왔으면 딱 좋겠다 싶다. 사는 게, 바쁜데 안 바쁜 건지 안 바쁜데 바쁜 건지 도통 모르겠다.
풀이에 따르면, 혼쇄란 발묵(發墨)으로 흐리게 하고 필선(筆線)으로 선명하게 한다는 뜻. 몇 해 전 사다놓고 읽다만, 열화당에서 2000년 새로 펴낸 김용준의 '새 근원수필'을 들추다가, 1948년 을유문화사에서 처음 출판될 당시 발문에서. 다시 읽으며 왜 그렇게들 추켜올리는지 진미를 조금 알 수 있었다.
술병이 과한 겐지, 한 모롱이 돌아가는 겐지, 그저께는 하루 종일 허리가 내려앉듯 아프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한쪽 어깨와 목이 움직이지 못할 만큼 아팠다. 동물은 동물인지라, 마음 아픈 것 만한 게 없다는 건 순 거짓말인 줄 알겠더라. 옆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것도. 진통제를 먹어서 그런지 조금 나은 듯하긴 한데, 시커먼 얼굴에 부실한 몸뚱아리를 보고 있자니 다 던져두고 어디 큰 그늘 아래에서 바람이나 쐬고 요양이나 하다 왔으면 딱 좋겠다 싶다. 사는 게, 바쁜데 안 바쁜 건지 안 바쁜데 바쁜 건지 도통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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