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from photo/D50 2008/11/20 04:19
원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녀석이라 아침마다 후닥닥거려도 밥도 다 못 먹고 세수도 제대로 못 하고 유치원에 데려다주기 일쑤였는데, 바둑에 재미를 붙이고부터는 (일찍 일어나면 아침에도 한 판 둔다는 말에)연이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아침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그래서 매일 아침에 한 판, 저녁에 두세 판씩을 두는데 갈수록 나도 재미가 늘었다. 어느새 시간은 내가 더 많이 잡아먹곤 한다. 이기려고 꼼수를 짜내는 내 모습에 나도 모르게 흐뭇한 것이다. 살짝살짝 요령을 일러주었더니 스물다섯 점을 놓고도 내내 지던 녀석이 며칠 사이 내리 열일곱 점으로 내려앉았다. 나야 뭐 갈데없는 십급 바둑이지만, 한 판 더 두잔 말이 절로 나오는 딱 이 수준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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