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에 해당되는 글 29건

  1. 바람아 불어라 2017/02/20
  2. 전국소년체육대회 2016/06/01
  3. 어린이날 2015/05/05
  4. 타이젬 9단 2015/03/29
  5. 열린바다배 2015/01/03
  6. 대회 참가 일지 2014/09/22
  7. 1월 20일 2014/01/21
  8. 또박또박 2013/06/12
  9. 저편 어디로 2 2013/01/16
  10. 알레르기 2 2012/10/26
  11. 돌아오는 길 2011/10/24
  12. 될동말동 2011/08/25
  13. 내년에도 후년에도 2 2011/08/17
  14. 달중이 2011/08/09
  15. 가늠해보건대 2011/07/28
  16. 아까시 꽃 피는 2011/05/17

바람아 불어라

from text 2017/02/20 10:32
겨우내 밤을 웅크려 짐승처럼 세상을 궁리하였다. 짧은 겨울잠인 듯, 긴 낮잠인 듯, 휑한 몰골에 두드러기만 남았다. 궁리한 세상이야 유통 기한 지난 필름처럼 기다림도 잊고 다만 거기 술집 어느 모퉁이에 들러붙어 있을 것이다. 아침 출근길, 사무실 앞 매화 석 점이 바람 속에 불꽃 같은 망울을 터뜨렸다. 다음은 조동진의 불꽃.

바람아 불어라 가만가만 불어라 나뭇잎 쌓이는
님 떠난 그 자리에 한 줄기 아름다운 불꽃을 피우자
바람아 불어라 가만가만 불어라 작은 새 날아라
해 저문 하늘 높이 한 줄기 아름다운 불꽃을 피우자
나는 보았네 사랑과 미움을 나는 보았네 저 불꽃 속에
나는 보았네 슬픔과 기쁨을 나는 보았네 저 불꽃 속에

* 반상사유, 2월 15일부터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6회 지역영재 입단대회 참가를 끝으로 프로기사의 꿈을 접었다. 연착륙을 위한 서로의 약속을 지키는 것. 저나 나나 어찌 아쉬움이 없으랴만 나로서는 홀가분한 마음이 앞서기도 한다. 아무렴, 아마추어가 진짜다.

전국소년체육대회

from photo/etc 2016/06/01 20:32
서연이가 5월 28일부터 이틀간 강원도 정선에서 열린 제45회 전국소년체육대회 바둑 남자중학부 단체전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하였다. 여러 선생님들의 과분한 응원과 환대를 받았고, 교문에는 축하 현수막이 걸렸다. 남부교육지원청 교육장으로부터 격려와 지원금까지 받아 체전 정식 종목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사진은 관련 기사에서 가져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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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from text 2015/05/05 23:03
어린이날, 서율이는 0124님이랑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이이팔기념중앙공원, 진골목 등지에서 놀고, 서연이는 나와 함께 새벽부터 서둘러 서울 방이동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제4회 일요신문배 전국 어린이 바둑대회에 참가하였다. 조별 예선 리그와 본선 토너먼트로 펼쳐진 최강부 경기. 3승으로 비교적 가볍게 예선을 통과하고, 본선 첫 경기인 16강전에서 지난 열린바다배 첫 상대이자 그 대회 우승자와 맞붙어 반집 승을 거두었다. 굵직한 전국대회에서 이제야 성적을 좀 내보나 하는 기대를 가졌으나, 이어진 8강전에서 아쉽게 탈락하고 말았다(공교롭게도 8강전 상대 역시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였다. 돌아오는 길, 네가 우승 제조기로구나, 농을 하였다). 멀리서 표정이나 몸짓으로 형세를 짐작하며 한 수 한 수에 긴장하다 보면 늘 이게 참 할 짓이 못 된다 싶은데 오늘은 유독 그 정도가 심했다. 지켜보는 사람이 이럴진대 막상 승부를 가리는 저야 오죽할까만, 글쎄 어리고 여리기가 아비 같기야 할까 싶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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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젬 9단

from text 2015/03/29 20:50
서연이가 지난 3월 26일 처음 타이젬 9단에 올랐다. 오르자마자 내리 3패를 하였지만 이튿날엔 첫 승을 거두기도 하였다. 6단에서 7단 갈 때 한 번 미끄러지고 7단에서 8단 갈 때 두 번 미끄러졌으니 딱 서너 번 정도만 미끄러지고 안착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새 벚꽃도 피었더니만, 봄은 봄인 모양이다. 술 먹고 돌아다니다 어디서 체체파리한테라도 물린 듯 휴일 한낮 내내 졸다 깨다 자다 깨다 하였다. 0124님 없는 동안 세 부자의 하루하루가 길었던가. 자주 술 퍼먹는 와중에도 새벽이면 어김없이 깨더니 쌓인 피로가 컸던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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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바다배

from text 2015/01/03 23:02
제3회 열린바다배 전국 어린이 바둑왕전 참가를 위해 서연이와 모처럼 서울 나들이를 하였다. 저도 지난여름 이후 오랜만의 대회 참가였고, 나는 대회장인 한국기원에는 처음이었다. 건물 외관과 계단의 사진들, 대국실 전경이 최근 미생에서 보고 그간 몇몇 자료에서 보아 온 그대로였다. 2014년 전국 초등학생 랭킹 상위자와 한국초등바둑연맹 및 16개 시도협회 추천으로 모인 32명이 열띤 대국을 펼치는 동안 대국실 밖 대기실과 복도에는 여러 도장 관계자들과 학부모들이 서성거렸다. 표정과 몸짓은 제각각이었으나 내심은 같을 터, 아는 사람끼리는 안부와 격려가 오갔고 모르는 사람들은 애써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어려운 경기이지만 기왕 먼 걸음에 16강 본선 진출만이라도 바랐으나 기대를 저버리고 2패로 예선 탈락하고 말았다. 네 명이 한 조씩 더블일리미네이션으로 치러진 예선, 접전 끝에 두 집 반을 진 첫 판의 아쉬움이 컸던지(상대는 이날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였다) 두 번째 판은 저도 영 기대 이하의 승부를 가린 모양이었다. 돌아오는 길 한참 풀이 죽어있더니 제대로 한번 바둑을 해보겠다는 각오를 밝히는데 이렇게 상기된 얼굴을 언제 보았나 싶었다. 한국기원을 제집 드나들듯 할 날이 있을까. 오면가면 눈이 침침하여 나이 먹는 걸 알겠더니, 승패에 일희일비할 일이야 아니겠다만, 갈 길이 멀고 아득하여 마음 둘 곳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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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참가 일지

from text 2014/09/22 17:15
서연이의 올해 대회 참가 일지. 타이젬 8단에서 두 번 미끄러지고 7단에서 정진 중. 다른 길을 걸었으면 어땠을까. 언제까지 이 길을 갈 수 있을까. 정답 없는 고민이지만 결론이 해답일 터.

2월 23일, 군포 흥진초등학교, 제202회 한바연 학생 바둑대회 2조 23위(2승 3패)
3월 21일, 군포 흥진초등학교, 제203회 한바연 학생 바둑대회 2조 27위(1승 4패)
4월 13일, 고성동 시민체육관, 제6회 대구시장배 시민 바둑대회 최강자부 8강
5월 11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 제3회 일요신문배 전국어린이바둑대회 최강부 예선탈락(1승 2패)
5월 18일, 군포 흥진초등학교, 제205회 한바연 학생 바둑대회 3조 7위(3승 2패)
6월 22일, 군포 흥진초등학교, 제206회 한바연 학생 바둑대회 2조 24위(2승 3패)
7월 13일, 계명대학교 바우어관, 제14회 한화생명배 세계어린이국수전 대구지역 예선 국수부 1위
7월 19일, 포항 실내체육관, 제6회 영일만사랑배 전국 바둑대회 경북최강자부 우승
8월 3~6일, 공주 백제체육관, 2014 무령왕배 세계청소년바둑축제 초등최강부 공동우승
8월 7일, 서울 63빌딩 별관 그랜드볼룸, 제14회 한화생명배 세계어린이국수전 국수부 2승 3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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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0일

from text 2014/01/21 14:09
모든 게 다 용서될 것 같은 날씨, 물기를 잔뜩 머금은 눈이 세차게 내렸다. 산골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눈이었다. 꾸웍, 문어의 단말마 비명을 두 번 들은 밤이었다. 알코올이 피를 묽게 만들고 뇌수를 흔들어 놓았다. 그리운 얼굴 몇이 지나갔고, 아내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모든 게 다 용서될 것 같은 날씨라고, 이걸 보라고.

응답하라 1994를 시작으로 셜록과 워킹 데드를 보고 덱스터에 빠져 있다. 잦은 좀비 놀이의 여파겠지, 건강검진에서 골감소증 진단을 받았다. 여전히 술, 담배에 햇볕을 잘 쬐지 않고 운동을 하지 않지만 처방약은 꼬박꼬박 챙겨 먹고 있다. 이제 백 일쯤 되었구나, 0124님이 모는 낡은 자동차 덕을 조금씩 보고 있다. 다음은 여름 방학에 이어 두 번째 합숙에 들어간(보고 싶구나) 서연이의 기록 못한 대회 참가 일지.

6월 29일, 포항 실내체육관, 제5회 영일만사랑배 전국 바둑대회 유단자부 4강
7월 14일, 계명대학교 바우어관, 제13회 한화생명배 세계어린이국수전 대구지역 예선 유단자부 1위
8월 7일, 서울 63빌딩 별관 그랜드볼룸, 제13회 한화생명배 세계어린이국수전 유단자부 예선 탈락(1승 2패)
8월 17일, 울진군 체육관, 제1회 울진금강송배 전국 아마바둑 대축제 전국어린이유단자부 예선탈락(1승 2패)
9월 28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 2013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전국학생바둑대회 초등고학년부 예선탈락(2승 1패)
9월 29일, 군포 흥진초등학교, 제197회 한바연 학생 바둑대회 4조 1위(5승 0패)
10월 5일, 용산 명문바둑학원, 제94회 전국체육대회 바둑종목 대구대표 선발전 어린이부 2강
10월 12~13일, 문경 실내체육관, 제8회 문경새재배 전국 아마바둑대회 전국초등유단자부 32강
10월 23일, 인천 신흥초등학교 체육관, 제94회 전국체육대회 바둑종목 어린이부 64강
10월 26~27일, 전주 전주고등학교 강당, 제15회 이창호배 전국아마바둑 선수권대회 전국어린이부 11위(5승 2패)
11월 24일, 군포 흥진초등학교, 제199회 한바연 학생 바둑대회 3조 3위(4승 1패)

또박또박

from text 2013/06/12 17:01
며칠 좀 살 만한 날씨에 그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고 무얼 하며 지내나 문득 스스로 궁금해졌다. 변함없이 한 주에 두어 번 술을 마시고 서너 번은 기절을 하며 둘째 놈 손을 잡고 또박또박 밥벌이 길을 다니고 있다. 더위가 있어 짜증이라도 낼 때 빼곤 대체로 사는 일에 흥미를 잃다보니 화나거나 놀라거나 기쁘거나 슬프거나, 감정이 서질 않는다. 간혹 먼 데 소식을 들으면 뭐 또 그런가보다 한다.

몇 권의 책을 읽었고, 감상이나 소회가 없지는 않았으나 도무지 무엇을 긁적일 마음이 일지 않았다. 영화관에서나 컴퓨터, 스마트폰으로 많은 영화를 보았지만 꼽아보자니 무엇을 보았는지 별 기억이 없다. 애들을 위해 다운받아 본 키리쿠 시리즈와 아기기린 자라파가 개중 기억에 남는다.

사진은 아예 찍지도 않지만, 그래서 둘째를 위해서라도 디지털 하나 장만할까 몇 달째 견주기만 하고 있다. 산다면 후지 X100S나 X20이 될 듯. 그리고 차 노래를 부르는 0124님 덕에 머지않아 중고차 한 대 살지도 모르겠다. 생활에 어떤 변화가 있으려나.

근래 야구에 부쩍 관심이 많은 서연이는 타이젬 7단에서 어느 정도 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전에 기록 이후 올해 대회 참가 일지.

1월 27일, 군포 흥진초등학교, 제189회 한바연 학생 바둑대회 5조 10위(3승 2패)
2월 24일, 군포 흥진초등학교, 제190회 한바연 학생 바둑대회 5조 15위(2승 3패)
3월 24일, 군포 흥진초등학교, 제191회 한바연 학생 바둑대회 5조 19위(2승 3패)
4월 21일, 영남이공대학 천마체육관, 제5회 대구시장배 전국 바둑대회 유단자부 우승
5월 4일, 서울 한국기원, 제2회 일요신문배 전국 어린이 바둑대회 유단자부 예선 탈락(1승 2패)
5월 12일, 군포 흥진초등학교, 제193회 한바연 학생 바둑대회 5조 13위(3승 2패)
6월 2일, 동대구지하철역 전시장, 2013 대구시바둑협회 초등연맹장배 학생 바둑대회, 어린이최강부 우승

서율이는 유치원에 잘 적응하고 있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보다 한층 밝고 개구지다. 어록이라 할 만한 신통방통한 말들이 꽤 있는데 아쉽게도 주변에 전하고 함께 웃곤 죄다 잊어버렸다.

나무가 좋다. 하얀 하늘, 하얀 세상. 결국 돌아갈 물빛 같은 큰마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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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편 어디로

from text 2013/01/16 15:07
지지난 일요일 서연이와 함께 아이맥스 3D로 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았다. 지금까지 본 어떤 3D 영화보다 자연스러웠고, 언제 이만한 영화를 보았나 싶게 좋았다. 음식남녀, 결혼피로연, 쿵후선생의 이안, 예전에 그 영화들을 보고 어딘가에 그가 있어 중국인은 행복하겠다고 적은 기억이 난다. 그러고보니 랑웅도 떠오른다. 이안의 얼굴을 모를 때 난 그가 랑웅처럼 생겼을 거라 생각했었다. 엊그저께 일요일에는 혼자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보았다. 궁리할 지점이 많아 바로 한 번 더 봤으면 싶었다. 옛날 영화관 운영 방식이었으면 그럴 수 있었겠지. 그 딱딱하고 불편한 의자와 올려다보던 넓은 스크린이 생각난다. 철없고 남루한 내 모습과 돌이킬 수 없는 일들, 잘 마른 장작처럼 쪼개지던 진부한 인연들도.

어린 시절 추억으로 사다놓고 오래 방치해 두었던 완역본 셜록 홈즈 전집을 한 권씩 읽고 있다. 어린이용 추리물에 빠져드는 서연이와 같이 읽을 요량으로 집어든 것인데, 덕분에 이따금 하게 되는 나의 삶을 추리하는 재미가 더욱 쏠쏠해졌다. 담배, 코카인, 마차, 난로, 모자, 코트, 신사와 숙녀, 비와 안개가 서린 세계, 이대로 더 달려들어 저편 어디로 빠져나오면 무언가는 조금 더 달라져 있을까.

다음은 근래 탐독해 마지않는 고종석의 트위터에 조금 전 올라온 글. 김기협의 블로그와 함께 이즈음 제일 쏠리고 마음 가는 곳이다.

리처드 하인버그의 <제로 성장 시대가 온다>를 읽었다. JS, 이미 <녹색평론>에 세뇌된 바, 생태경제학 담론을 망상으로 보진 않는다. 이런 류의 텍스트들엔 등장인물들도 똑같다. 예컨대 도넬라 메도우스, 콜린 캠벨, 제임스 캔터, 피터 빅터 등. 그런데 어쩌잔 말이냐? 이런 식의 협박담론(진실일지라도)의 실익이 뭐냐? 이런 말을 들으면 호모사피엔스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이 달라질 것 같은가? JS 생각으로는, 생태경제학자들의 처방을 따라도, 인류의 멸종을 그저 조금 늦출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늦춤이 인류 자신이나 지구(생태계)를 위해 꼭 좋은 일인지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냥 지금보다 자원의 배분과 부의 분배에만 신경을 더 쓰면서, 지금껏 살아온 대로 살다가, 먹을 거 다 떨어지면 멸종하자. 구질구질하게 발버둥치지 말고. 이러나 저러나 인류의 멸종 멀지 않았다. 존속하는 동안 동종끼리 되도록 사이좋게 살다가 조용히 사라지자. 인류의 탄생과 멸종이라는 거, 지구 역사에선 한 순간의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는다. 백년 뒤 멸종하나 만년 뒤 멸종하나 그게 그거다.

그리고 그간 옮기지 못한 서연이의 대회 참가 일지를 기록해 둔다.

5월 20일, 군포 흥진초등학교, 제181회 한바연 학생 바둑대회 6조 25위(2승 3패)
6월 17일, 군포 흥진초등학교, 제182회 한바연 학생 바둑대회 6조 17위(2승 3패)
7월 15일, 계명대학교 바우어관, 제12회 대한생명배 세계어린이국수전 대구지역 예선 유단자부 16강
7월 21일, 경주 위덕대학교 체육관, 제2회 위덕대학교 총장배 학생 바둑대회 최강부 4강
8월 18일, 포항 실내체육관, 제4회 영일만사랑배 전국 바둑대회 유단자부 8강
9월 23일, 군포 흥진초등학교, 제185회 한바연 학생 바둑대회 6조 8위(3승 2패)
10월 6~7일, 문경여중 실내체육관, 제7회 문경새재배 전국 아마바둑대회 전국초등일반부 준우승
11월 10일, 포항 미르치과병원, 제8회 경북일보사장배 어린이 바둑대회 최강부 8강
11월 17일, 덕영치과병원, 제30회 덕영배 아마대왕전 어린이 부문 최강부 8강

알레르기

from text 2012/10/26 15:29
인간만큼 비린 생물이 있을까. 그 비루함. 서로를 어르는 짧은 순간에도 그것은 새끼를 치고 자란다. 한때 사랑이 사랑인 줄 알았다. 어제는 지나간 한 해 한 해를 복기해 보았다. 이리 놓고도 저리 놓고도 스무 몇 수에서 막힌 수순은 연결이 되지 않았다. 수순은 엉켰으되 반상의 절반을 메운 돌들은 남은 수순을 강제할 것이다. 가을, 타고 흔한 것들이 마른 볕에 제멋대로 나부낀다. 봄이 그리운가. 비린내가 구린내를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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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

from photo/D50 2011/10/24 20:59
서연이가 지난 10월 16일 유단자부로는 처음 출전한 제4회 대구시바둑협회장배 학생 바둑대회에서 준우승을 하였다. 며칠 후 받은 단증. 공교롭게도 발급 날짜가 제 생일과 똑같다. 10월 22일에는 국무총리배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의 부대 행사 격으로 열린 포항시바둑협회장배 대구경북 학생 바둑대회에서 저학년부 3위를 하였다. 이튿날에는 가까운 친구 네 가족의 모임인 사계동행의 추계동행으로 청도 이서에 다녀왔다. 한 친구네가 가꾸는 시골집이 좋았다. 아이들은 민달팽이며 지렁이를 잡고 감을 따며 즐거워하였고, 나는 모처럼 아궁이에 불을 때는 재미를 맛보았다. 산은 단풍으로 타오르고 들판은 온통 감 천지였다. 어디였나, 가을이 눈을 찡긋하며 물러나는 게 설핏 보였다. 저처럼 모든 걸 두고 선선히 돌아갈 수 있을까, 사는 게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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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동말동

from text 2011/08/25 14:37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명인과 조세래의 승부를 인터넷 헌책방에서 구해 읽었다. 설국이 아니라 명인을 대표작으로 꼽는 이들이 있다던데 백번 공감이다. 승부는 완독한 거의 최초의 무협소설이랄까 대중소설이랄까, 덕분에 며칠 재미있게 보냈다. 완간되지는 않았지만 호타 유미 글, 오바타 타케시 그림의 히카루의 바둑도 재미있게 읽었다. 다 바둑에 얽힌 이야기들이다. 그전에 읽은 것으로는 윤구병의 가난하지만 행복하게와 흙을 밟으며 살다, 김진숙의 소금꽃나무, 재닛 에바노비치의 원 포 더 머니가 기억에 남는다. 이대로 살 수 없는 방향으로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건 아닌가 간혹 돌아보게 된다. 이대로 잘 살 수 있도록 몰아도 될동말동한데 말이다. 이른 가을에다 늘 흐리고 비가 오니 내 세상을 만난 듯 새 세상을 본 듯 힘이 솟기도 한다. 며칠 전 술을 마시러 간 들안길 한 모퉁이(도레미, 그때 생각이 문득 났더랬다)에서는 동쪽 하늘을 온통 가르는 큰 무지개를 보았다. 미리 앉아 있던 사람을 끌어내 무지개를 보여주었고, 함께 술집으로 돌아왔다. 전작이 있었는지 무지개는 일찍 곯아떨어졌고, 어디에 있었더라, 내 몸에서는 짙은 무엇이 빠져나갔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from photo/etc 2011/08/17 14:42
대한생명배 입상자들의 기념사진. 바둑뉴스에서 퍼왔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저 자리에 설 수 있으면 좋겠다. 지난 14, 15일엔 원주의 오크밸리에 다녀왔다. 서율이를 낳고부터는 어디 다닌 기억이 별로 없는 게 참 오랜만의 나들이였다. 직장 후배의 주선으로 차편이나 숙소 걱정 없이 온통 초록 속에 잠길 수 있었다. 그리고 달팽이가 한 마리 더 늘었다. 원주에 다녀오기 전, 같은 화단 깊은 곳에 뒹구는 걸 서연이가 발견한 것이다. 이제는 저나 나나 오며가며 그 화단을 유심히 보는 버릇이 생겼는데, 더는 없는 것 같고, 아마 세 마리를 누가 버린 게 아닌가 싶다. 제 엄마와 함께 지은 이 녀석의 이름은 날라리를 따서 달라리란다. 이제껏 놀고 농땡이 피우다 꼴찌로 느지막이 들어와서 그렇대나 어쨌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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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중이

from text 2011/08/09 11:33
별일이 다 있다. 엊저녁 서연이랑 배드민턴을 치고 들어오는 길에 달범이를 만난 자리 부근에서 똑같은 종류의 달팽이를 본 것이다. 덩치가 약간 더 큰 이 녀석은 그간 먹을 게 마땅찮았는지 레종 담뱃갑을 물어뜯고 있었다. 안 됐기도 하고 망설이다가 서연이에게, 아빠는 한 마리 더 키울 생각이 없다, 다만 네가 꼭 키우겠다면 네가 들고 들어가자, 그러면 번식은 않는 걸로 하고 한번 키워보겠다 했더니, 한참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마음을 내어 냉큼 들고 오는 게 아닌가. 안 그래도 데려왔을 터이지만 꼼짝없이 짝을 지어줄 핑계가 생긴 것이다. 달걀껍질 부순 것에다가 상추, 배추를 한 장씩 넣어주었더니 잘 먹고 원기를 회복한 듯, 아침에 보니 잔뜩 움츠리던 어제와 달리 손길에 큰 거부감이 없다. 서연이에게 이번에도 이름을 지어주라 했더니 대뜸 달중이란다. 높지도 말고 낮지도 말고 중간으로 하라는 말이라니, 녀석, 어느 책 어느 대목에서 그 비슷한 걸 읽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감도 그렇고 딱 좋다. 녀석은 오늘부터 3박 4일 서울, 분당으로 바둑대회 참석 겸 견학 겸 다녀온다. 어미아비와 떨어져 처음으로 긴 시간을 보내는 것, 견문도 넓히고 속도 채우는 시간이 되기를. 잘 다녀오려무나.

* 오늘(8월 10일) 63빌딩 별관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11회 대한생명배 세계어린이국수전, 녀석은 저학년부에 출전하여 4강을 차지하였다. 예선은 통과하겠지, 그것도 대진 운이 따라야 할 텐데, 4강까지는 갔으면 좋겠는데, 했던 것이 승전보를 전해 올 때마다 욕심이 늘어, 결과가 나오고 나니 처음 바람은 잊고 졸였던 마음만큼이나 많이 아쉬웠다. 비록 학년부이지만 전국에서 모인 64명이 겨룬 본선, 잘했다, 반상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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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늠해보건대

from text 2011/07/28 07:18
매미는 몇 년을 땅 속에서 번데기로 살다가 성숙한 매미로 변신하여서는 고작 며칠을 산 뒤 교접하고 알을 낳고 죽는다고 한다. 찬란하거나 허무한 일생으로 많이 회자되는 이야기이고 공감이 가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매미를 대단하게 여기고 번데기로 사는 기간을 얕잡아보는 데서 오는 것일 뿐, 그 일생을 뉘라서 알 수 있겠나.

의도적으로 자의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람만이 비평이든 예술이든 할 수 있을 터이다. 부족한 자의식을 부러 끌어올려서는 될 일도 안 되고 말고.

역사가 알려주는 바, 땅을 가진 농사꾼은 전쟁이나 혁명에 몸을 던지려 하지 않는단다(한겨레21 863호, 이제훈). 쥐뿔 가진 것도 없으면서 꽤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말이다. 다만 현대인이 저마다 가진 병리학들은 동시대 인간의 행동에 대한 어떠한 예측도 가소롭게 만들고 만다. 그러고 보니 스스로를 증명하는 방법도 참 가지가지다.

다음은 윤구병의 흙을 밟으며 살다에서 한 대목.

현대인아, 너는 왜 뛰면서 생각하느냐? 어느 주인이 너를 그렇게 몰아대느냐? 어떤 무서운 괴물이 네 뒤를 쫓고 있느냐? 너는 바로 멸망을 향해서 뛰고, 죽음을 향해서 뛰는 것이 아니냐? 어차피 죽음의 문턱에 이르는 것이 사람의 숙명이면, 게으르게 건들거리면서 그 문턱에 가는 것이 더 좋지 않겠느냐? 때 아닌 씨앗을 뿌려 쭉정이만 있는 낟알을 거두는 것보다 때에 맞는 씨를 뿌려 영근 낟알을 거두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느냐? 현대인아, 밤이다. 부지런 그만 피우고, 우리 풀숲에 누워 별을 헤아리자. 그리고 올빼미가 깃을 펴기를 기다리자.

* 5월부터 바둑을 다시 시작한 서연이의 그간 대회 참가 성적을 기록해 둔다. 산다는 게 바둑돌만큼이나 착점할 자리는 많겠지만 제대로 길을 찾기란 그래서 또 얼마나 어려울 것이냐. 아비를 붙들어 매는 것만 해도 수를 내고 있는 것이려니, 이번에도 아비는 기분 좋게 지고 말았구나.

5월 15일, 영남이공대학 천마체육관, 제3회 대구시장배 전국 바둑대회 2학년부 4강
5월 29일, 경주 위덕대학교 체육관, 제1회 위덕대학교 총장배 학생 바둑대회 2학년부 우승
7월 23일, 포항 실내체육관, 제3회 영일만사랑배 전국 바둑대회 2학년부 우승
7월 24일, 계명대학교 바우어관, 제11회 대한생명배 세계어린이국수전 대구지역 예선 저학년부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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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시 꽃 피는

from text 2011/05/17 06:16
작은 패배가 다른 패배를 부른다. 작은 패배들이 모여 큰 패배를 이룬다. 패배는 또한 승리를 부른다. 작은 패배들이 모여 큰 승리를 이룬다.

아이야, 내가 너에게 주고 싶은 것은 이따위 죽은 말들이 아니었다. 고작 그 작은 코에서 나는 코피를 닦아주고 휴지로 입구를 막아 그걸 멎게 하는 것은 아니었다. 내 손길은 불 꺼진 어둠 속에서도 너를 선연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저 마이너스 구 디옵터를 바라보는 도수로도 밝힐 수 없는 것을 밝히고 싶었다.

사랑하는 아이야, 나는 네가 그 작은 승부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걸 보았다. 만회하고 뒤집히고 다시 뒤집는 걸 감전된 몸뚱이로 꼼짝없이 지켜보았다. 두 번의 긴 승부를 마치고 곧장 세 번째 승부를 가릴 때 나는 상기된 얼굴을 식히러 잠시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낙관적이던 초반 형세는 그새 돌이킬 수 없는 형국이 되어 있었고, 내 마음은 회한으로 가득 차고 말았다.

아이야, 내가 너를 만난 건 내가 나를 만난 것보다 오래 되었다. 너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나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너에게 사랑을 배우고 사랑의 실체를 알았다. 사랑하는 아이야, 내가 너를 안 건 네가 나를 안 것에 미치지 못한다. 애써 가여운 나를 위로하지 마라. 너를 내가 닮고 싶구나.

아까시 꽃 피는 더운 거리를 횡단하던, 너도 나도 누군지 모르는 시절이 문득 그립다, 사랑하는 작은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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