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바람

from text 2015/09/14 20:18
늙었다기엔 젊고 젊다기엔 늙었구나. 늙은 체 하기엔 아쉽고 젊은 체 하기엔 마음이 이미 따르지 않는다. 어느새 가을이라 가을의 바람이 불고 민달팽이도 제 집을 찾는다. 먹을 것을 잃고 검은 새는 길을 떠난다. 전신주가 기우뚱 수직을 눕혀 떠나는 길을 배웅한다. 해는 다시 뜨지 않을 것처럼 그 끝에 걸렸다. 봄날 아지랑이처럼 풍경이 흔들리고 세상도 한 살 더 먹는다. 저도 갈 길 없이 늙었으리라. 그날부터다. 낮에도 네 그림자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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