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주가

from text 2022/03/19 12:19
며칠 흐리고 비가 내렸다. 봄은, 봄이 오기 전은 언제나 사계절이 섞여 어제는 초여름이었다가 오늘은 초겨울이 되기도 하였다. 내가 그리워 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 젊음이었고 못 견디게 사무친 것은 네 눈빛이 아니라 피안의 손짓이었다. 바람이 불어 한겨울이더니 바람이 불어 봄이로구나. 내가 그리워 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시절이었고, 네가 아니라 나였다. 만개했던 매화 꽃잎이 비에 젖어 구겨진 채 바람에 날린다. 이 봄에는 꼭 꽃구경도 하란다. 산에 올라 진달래도 보고 꽃길도 걸으란다. 가고 오지 않음만 일일까. 잔도 없이 찬도 없이 무어라 무어라 자꾸만 권주가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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