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구월 금호에서 얻은 한아름짜리 늙은호박, 있는 듯 없는 듯 주방 한 구석에서 오래 묵었다. 아무래도 상했지, 미루고 미루다 오늘에사 잘라본다. 상하긴 개뿔. 주황색이란 이런 것이구나, 단단한 두께 안이 불을 켠 듯 환하다. 노을보다 붉게 빛난다. 전도 부치고 범벅도 만들어 먹어야지. 생각만으로도 구수한 늙은 맛이 난다. 너처럼, 안으로 활활 타오르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두께를 가져야겠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안으로 활활 타오르는 속을 갖고, 한결같이 잘 여물어야겠다. 속이 더 붉어 더는 부끄럽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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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늙은호박 2024/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