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에 해당되는 글 2건

  1. 가족 2008/07/30
  2. 이름 4 2007/03/28

가족

from text 2008/07/30 13:31
늘, 앞에서는 그러지 못하지만, 생각해 보면, 온순하신 두 분 앞에 한없이 낮게 엎드리고만 싶었다. 지금껏 주고받은 말씀의 총량이 마음 맞는 친구와 하룻저녁 술자리에서 나눈 그것보다 적은 아버지, 꼿꼿하고 깔끔하기 이를 데 없는 어머니. 나이를 먹어가며, 두 분의 성정이 내 바탕에 실핏줄처럼 스며 있는 걸 느끼는 때가 는다. 무던히도 세상에 거역하고 거부하며 나대로 작은 탑을 쌓아왔지만 다 내 것이 아니었다.

옆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적정한 인정과 사랑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 걸 수시로 느껴야 한다는 것은 힘들고, 오래 못 견딜 일이다. 세세한 신경을, 많은 걸 가족을 위해 쓰기를 바라는 게 아니다. 기본적인 애정을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 한 순간 경멸의 눈초리, 팽개쳐진 삶의 조각들이 한동안 그 자리를 대신하여 각인되어 있었다. 그러다 까마득히 날아온 소식이었다.

나를 봐도, 우리를 봐도 자신 없었다. 내 얘길 들으니 저도 자신 없다며, 그러나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 했을 때, 나는 이대로 가면 후회할 것만 같았다. 몸도 마음도 가볍게 만들어놓고 싶었다. 언제 어느 때든 예비해 놓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다, 간데없는 마음 하염없이 들여다보다,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스멀스멀 번지는 작은 손짓의 흔들림을 느꼈다. 아, 어쩌란 말이냐.

나한테, 참, 무거운 녀석이다. 병원을 찾은 날까지 아무런 떨림 없이 짓누르기만 하더니, 쿵쾅대는 심장소리로 내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천천히, 말을 걸어오기 시작하였다. 대꾸하지 않을 수 없는 작은 소리로, 내 귀와 입을 열게 하였다. 무릇 감당하지 못할 일이 있을라고, 여전히 녀석은 나에게 무겁지만, 그러안지 않을 수 없는 딱 그만큼의 무게를 나에게도 주었다. 먼 훗날, 내가 저의 이름을 부를 때, 함께 불릴 이름에 고이 머리 숙인다.
Tag // ,

이름

from text 2007/03/28 16:30
좀 지난 이야기이긴 한데, 대법원 등기호적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지은 이름은 남자 아이의 경우 민준, 여자 아이의 경우 서연이라고 한다. 이 두 이름은 2004년과 2005년에도 1위를 기록하였으며, 지난해 2, 3위는 남아의 경우 민재, 지훈 순이었고, 여아는 민서, 수빈 순이었다고 한다.

서연이의 이름을 지을 때 내가 고려한 것은 우선 좀 여성적이거나 중성적인 이름일 것, 그리고 가급적 흔한 이름이 아닐 것 정도였는데, 이게 이런 결과를 만나고 보니 좀 당혹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 전에 0124님은 어디서 저와 나, 서연이의 이름을 넣어보고는 서연이 이름을 바꾸면 어떻겠냐며 고민한 적이 있는데, 그때와 달리 조금 흔들린다. 상서로울 瑞에 벼루 硯, 2003년에 지으면서 포털 사이트에 여러 번 검색해보고도 많은 이름을 만나지 않았었는데, 흔하면 어떠냐 싶으면서도 왠지 껄끄럽다. 자꾸 그리 생각해서 그런지 딱 서연이구나 싶었던 서연이가 이제는 서연이랑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마저 든다. 작명소에서 짓던지 집안 어른이나 이름난 어른이 지어주시던지 했다면 이러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다시 우리가 머릴 맞대어 짓는단들 뾰족수가 있겠냐도 싶고, 막상 진짜 바꿀까 생각하니 뒷목을 잡아채는 무언가도 있다.

* FE와 니꼬르 수동 단렌즈들을 좋은 분들께 넘겨드렸다. 홀가분하다. 스무살 언저리에 잠시 만져보았던 수동SLR의 그 느낌을 깨워준 FE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아쉬운 마음이 교차한다. 시집가서 대우받고 잘 살길 빈다.
Ta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