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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무의 전언 2008/01/02
  2. 거미 2007/11/21

나무의 전언

from text 2008/01/02 18:58
당신이 누구든, 행복하시라, 언제 어디서든. 담배 한 대 태우다가, 언제 거기 있었나, 각자의 거리를 유지하고 칼바람 속에 꿋꿋이 저 혼자 저를 다 감당하고 있는 나무 무리를 보았다. 저 혼자 탄 담배가 필터만 남았을 즈음, 단 한마디 말을 들었다. 버리라 한 것도 같고 벼리라 한 것도 같다. 마음을 이기려 모진 걸 찬 바람에 새기면서도 청춘이라 하였건만, 미혹하는 마음은 멀어도 한참 멀었다 했는데, 사나흘 몰아치던 것들이 정점에서 일순 잦아들었다. 처음 마음이 곱게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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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from text 2007/11/21 21:43
길었다. 은유할 길이 없었다. 지난 가을
두어 세월은 지낸 듯
늙은 몸이 감당하기 버거워
긴 호흡을 배웠다. 마디로 마디를 밟으며
나무를 건너는 동안
나무를 건너기 전의 나는 어디론가 가버리고
나무를 건너기 전의 나는 다시 만날 수 없겠지만
돌아보면 저만치
줄 끝에 매달린 그리움, 서러움.

그때, 지나며 보았지. 그렇게 무언가는 내려놓고, 무언가는 지고
계절을 나는 나무들, 잎보다 무성한 가지로도 가릴 수 없는 치부
나를 닮은 내 긴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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