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

from text 2012/07/11 17:15
더위가 결정되었다. 소식을 들은 아내는 존재와 무를 덮고 소리없이 웃는다. 어느 저녁, 무심한 영혼은 정갈히 손톱을 다듬고 술을 마시러 나간다. 짐승이 사냥에 나서기 전에 발톱을 갈듯 잘 갈무리한 손톱을 전장에 내어놓는 것이다. 분지는 습도로 충만하고 술잔에는 저마다 가속도가 붙는다. 서로 침범하던 무리 일부는 상대의 영역에서 소리내어 운다. 풍문은 풍문에 그치고, 어떤 가슴은 그 자리에 거꾸러진다.

유월, 다시 둥지를 틀었다. 낯익은 곳이면서 낯설다. 장마 한가운데 모처럼 자판을 마주하고 있자니 묵은 것들이 눅눅하게 올라온다. 사무실 바닥에는 며칠 슬픈 가락처럼 검정왕개미가 잔뜩 출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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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송아지 2012/07/12 11:2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ㅎㅎ 오랜만 일세.. 자리를 옮겼나 보네.. 무탈하시고, 건강하신가?

    • excuser 2012/07/13 09:00  address  modify / delete

      우리 다시 만났던 델 왔다네. 상준이형 통해 자리 떴다는 소식은 들었고, 어떻게 잘 지내시는가? 체력 남았을 때 잔도 좀 주고받고 해야 하는데 말이야.

      어제 출몰한 검정왕개미들을 사무실에 계시는 장로님이 슬리퍼로 야무지게 밟았더랬는데, 그 남은 자국이 곡조는 알 수 없지만 무슨 음표처럼 보이더라네. 시간은 이리 정처도 속절도 없이 잘만 가는데...

  2. 송아지 2012/07/13 11:0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러게 말일세.. 술잔 들 힘이 남아 있을때 자주 봐야 하는데... 약속 잡으면 이리저리 안될 것이고 불현듯 전화 한번 합지요... 사는게 심심하여 시라도 써 볼까하고 블로거 하나 만들었네... 심심하실 때 다음에서 "송아지의집" 검색하여 잘 한번 찾아 오시게... 결정된 더위 잘 즐기시게나....

    • excuser 2012/07/13 15:30  address  modify / delete

      송아지의 집 주소 http://blog.daum.net/songe518
      산에 묻고 강물에 실어 떠나보내도 머무르는 아이야.. 불망, 좋다.

      어제 답글 달고 토씨 고친다고 오늘 수정했더니 그제 밟힌 개미가 어제 밟힌 것처럼.. ㅎ 더위 잘 나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