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단절된 곳에서 한 몇 년, 적게 먹고 조금 걷고 그저 숨만 쉬다 왔으면 좋겠다. 비라도 주르륵 내리는 날이면 냉큼 무언지 모르는 것이 그리워 술이라도 찾아 힐끔거리겠지. 더러 소리 내어 울지도 모르겠다. 그 어느 어름이면 큰아이는 기리를 깨쳐 대성하여 있을까. 다른 길을 찾아 새로운 세상을 연마하고 있을까. 재롱 많은 작은아이는 어떤 사람을 만나 세상을 알아가고 있을까.
지난 주말이었다. 마른장마의 막바지, 구룡포읍 구평리 해변에서 짙은 해무와 차가운 바람을 맞는 호사를 누렸다. 해무가 맺혀 솔가지에서 물방울이 들을 정도였다. 분위기를 주체 못하고 밤새 주도삼매에 들던 중 잠시 들른 화장실에서 족히 십오 센티미터는 되어 보이는 지네에게 오른발 발가락을 물렸다. 일행에게 잡혀 변기통으로 사라진 주황빛 지네는 불로 지지는 듯, 가시로 찌르는 듯 꼬박 두 시간을 그렇게 아프게 하더니 물린 사람을 술 마시기 전의 몸뚱이로 만들어 놓았다. 열네 명이 정오부터 다음날 오후 서너 시까지 내달린 와중에 가장 많이 마시고도 가장 멀쩡할 수 있었던 건 다 그놈 덕분이었으리라. 뒤에 생각하니 그렇게 황천으로 보낼 일은 아니었다. 바닥을 잘 살펴보지 못한 내 잘못이지 제가 먼저 해코지하기야 하였겠는가. 길을 잘못 찾아든 제 탓도 없다 할 순 없겠다만, 늦게나마 명복을 빈다.
새로운 질서가 온다고 한다. 천천히, 나는 나의 질서를 지킬 따름이다.
지난 주말이었다. 마른장마의 막바지, 구룡포읍 구평리 해변에서 짙은 해무와 차가운 바람을 맞는 호사를 누렸다. 해무가 맺혀 솔가지에서 물방울이 들을 정도였다. 분위기를 주체 못하고 밤새 주도삼매에 들던 중 잠시 들른 화장실에서 족히 십오 센티미터는 되어 보이는 지네에게 오른발 발가락을 물렸다. 일행에게 잡혀 변기통으로 사라진 주황빛 지네는 불로 지지는 듯, 가시로 찌르는 듯 꼬박 두 시간을 그렇게 아프게 하더니 물린 사람을 술 마시기 전의 몸뚱이로 만들어 놓았다. 열네 명이 정오부터 다음날 오후 서너 시까지 내달린 와중에 가장 많이 마시고도 가장 멀쩡할 수 있었던 건 다 그놈 덕분이었으리라. 뒤에 생각하니 그렇게 황천으로 보낼 일은 아니었다. 바닥을 잘 살펴보지 못한 내 잘못이지 제가 먼저 해코지하기야 하였겠는가. 길을 잘못 찾아든 제 탓도 없다 할 순 없겠다만, 늦게나마 명복을 빈다.
새로운 질서가 온다고 한다. 천천히, 나는 나의 질서를 지킬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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