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면을 위하여

from text 2014/09/22 16:12
겨울은 또 어찌 나려고, 가을이 속절없이 깊어간다. 더는 술 먹고 고꾸라지는 일이 없도록 경계하리라, 까르르 웃는 두 아이와 성실한 아내를 시체처럼 멀리서 바라보며 마음먹는다. 꿈이 무엇이고 인연이 무엇인가. 알량한 것 하나만 품고 멀리도 왔다. 덜어낸다며 채우고 채운다며 덜기도 했겠지. 난 체는 오죽했으랴. 중독된 시간만큼 해독에 시간이 필요할까. 그러고 나면 레고 장난감처럼 산산이 부서뜨려 다시 만들 수 있을까. 아이처럼 기껏 만들어놓은 걸 별일 아니라는 듯 간단히 해체하고 다른 걸 구상할 수 있을까. 지난날이 이리 어렴풋한데 분명한 걸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밤이 깊으면 별은 더 반짝이고 새벽이 가깝다는데, 엊그제 고꾸라지기 전에 올려다본 하늘에서는 별이 제 운명을 노래하고 있었다. 땅에 발이 닿지 않는 나는 터져 나오는 노래를 억누르고 쥐며느리처럼 둥글게 몸을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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