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너와 난 손도 잡을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절망처럼 눈이 내렸고 인적 없는 거리는 음식물 쓰레기처럼 나뒹굴었다. 목적을 달성한 도둑고양이가 다음 목적을 찾아 내세에 몸을 숨긴다. 무언가 단단히 바라는 것이 있었을까. 너를 대할 때만큼 긴장한 사람은 없었다. 언제나 다른 모든 일은 후순위였다. 너와 나를 두고 세상이 뱅그르르 돌던 날, 심장 한구석에 고양이 수염 같은 게 자랐다. 단 한 번도 술잔을 놓고 마주한 적이 없구나. 모락모락 캐모마일 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너를 따라 적막으로 사라져도 좋을까. 그만하면 오래 아팠으니, 모른 척 뜨거운 것 모두 두고 따르면 될까. 어느새 우린 손도 잡을 수 없는 사이가 되었고 딱 그만큼의 거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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