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달 떴으니 낮술 한잔 먹는다. 어디서 북 소리, 방망이 소리, 꽝꽝 무언가 가르는 소리. 허망한 꿈을 꾸었구나. 동녘 운산, 북녘 눈뫼, 서녘 비골, 남녘 유리, 어디로든 떠나고픈 마음에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를 다시 펼쳤다가 비골에 한참 눈이 멎었다. 그렇지, "지렁이는 흙밑 습습한 곳에서라야 세상은 안온하다고 하는 것"이지.
바다가 있고, 산이 거기로 내려가다 발목만 잠그고 멈춰서 버린 저 비골에서는, 늘 젖고, 늘 울었지. 술에도 젖고, 생선 비린내에도 젖고, 계집 흘린 눈물에도 젖었더라구, 거기는 글쎄, 여덟 달간이나 비가 온다고 하잖던가? 남는 넉 달 중에서도, 청명한 날 찾기는 어려운데, 어쩌다 끼어드는 청명한 날은, 무슨 염병이나 간질병 같은 것이지. 그 여덟 달 동안의 젖은 바람은, 뼈마디마디에다 해풍과 습기와 관절염만을 불어넣는 것만은 아니라구 글쎄. 어떤 청명한 다음날에, 사람들은 자살을 해 버리지. 글쎄 어떤 사람들은, 무참히도 자기 목숨을 끊어 버리더라구. 비가 내리지만 그렇다고 한번도 줄기찬 법 없는, 저 습습하며 어두컴컴하고, 뼛속에 곰팡이가 피어 가는 저 모든 것을 상상해 보시란 말이지. 글쎄 겨울이란대도 혹독히 추운 법 없어, 노숙 끝엔 가벼운 감기나 걸릴 정도인 것이며, 여름이란대도 무참히 더운 법 없어, 노숙 끝엔 한번 더 감기나 걸릴, 그런 고장의 저 음산한 거리며, 낮은 추녀 밑에는, 언제나 웅숭그리고 있는, 썩는 듯한 어두움이며, 헌 가구의 냄새며, 개까지도 웅숭그리고 지나며, 나뭇가지도 뼈를 아파해쌓는, 글쎄 그런 고장을 상상해 보란 말이지. 그런 어떤 날, 느닷없이, 하늘이 그냥, 푸르게 엎질러져 버리고, 길이며 지붕 꼭대기들이 아주 낯설게 뻔적이는 것이오. 거기서 또 떠났구료 나는 엥, 그것도 자살은 아니었을까 몰라. 젠장 떠난 건 떠난 거니껜.
바다가 있고, 산이 거기로 내려가다 발목만 잠그고 멈춰서 버린 저 비골에서는, 늘 젖고, 늘 울었지. 술에도 젖고, 생선 비린내에도 젖고, 계집 흘린 눈물에도 젖었더라구, 거기는 글쎄, 여덟 달간이나 비가 온다고 하잖던가? 남는 넉 달 중에서도, 청명한 날 찾기는 어려운데, 어쩌다 끼어드는 청명한 날은, 무슨 염병이나 간질병 같은 것이지. 그 여덟 달 동안의 젖은 바람은, 뼈마디마디에다 해풍과 습기와 관절염만을 불어넣는 것만은 아니라구 글쎄. 어떤 청명한 다음날에, 사람들은 자살을 해 버리지. 글쎄 어떤 사람들은, 무참히도 자기 목숨을 끊어 버리더라구. 비가 내리지만 그렇다고 한번도 줄기찬 법 없는, 저 습습하며 어두컴컴하고, 뼛속에 곰팡이가 피어 가는 저 모든 것을 상상해 보시란 말이지. 글쎄 겨울이란대도 혹독히 추운 법 없어, 노숙 끝엔 가벼운 감기나 걸릴 정도인 것이며, 여름이란대도 무참히 더운 법 없어, 노숙 끝엔 한번 더 감기나 걸릴, 그런 고장의 저 음산한 거리며, 낮은 추녀 밑에는, 언제나 웅숭그리고 있는, 썩는 듯한 어두움이며, 헌 가구의 냄새며, 개까지도 웅숭그리고 지나며, 나뭇가지도 뼈를 아파해쌓는, 글쎄 그런 고장을 상상해 보란 말이지. 그런 어떤 날, 느닷없이, 하늘이 그냥, 푸르게 엎질러져 버리고, 길이며 지붕 꼭대기들이 아주 낯설게 뻔적이는 것이오. 거기서 또 떠났구료 나는 엥, 그것도 자살은 아니었을까 몰라. 젠장 떠난 건 떠난 거니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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