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열린바다배 전국 어린이 바둑왕전 참가를 위해 서연이와 모처럼 서울 나들이를 하였다. 저도 지난여름 이후 오랜만의 대회 참가였고, 나는 대회장인 한국기원에는 처음이었다. 건물 외관과 계단의 사진들, 대국실 전경이 최근 미생에서 보고 그간 몇몇 자료에서 보아 온 그대로였다. 2014년 전국 초등학생 랭킹 상위자와 한국초등바둑연맹 및 16개 시도협회 추천으로 모인 32명이 열띤 대국을 펼치는 동안 대국실 밖 대기실과 복도에는 여러 도장 관계자들과 학부모들이 서성거렸다. 표정과 몸짓은 제각각이었으나 내심은 같을 터, 아는 사람끼리는 안부와 격려가 오갔고 모르는 사람들은 애써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어려운 경기이지만 기왕 먼 걸음에 16강 본선 진출만이라도 바랐으나 기대를 저버리고 2패로 예선 탈락하고 말았다. 네 명이 한 조씩 더블일리미네이션으로 치러진 예선, 접전 끝에 두 집 반을 진 첫 판의 아쉬움이 컸던지(상대는 이날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였다) 두 번째 판은 저도 영 기대 이하의 승부를 가린 모양이었다. 돌아오는 길 한참 풀이 죽어있더니 제대로 한번 바둑을 해보겠다는 각오를 밝히는데 이렇게 상기된 얼굴을 언제 보았나 싶었다. 한국기원을 제집 드나들듯 할 날이 있을까. 오면가면 눈이 침침하여 나이 먹는 걸 알겠더니, 승패에 일희일비할 일이야 아니겠다만, 갈 길이 멀고 아득하여 마음 둘 곳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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