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에서

from text 2023/08/26 09:02
누가 나를 대속할 수 있으며, 내가 누굴 대속할 수 있으랴. 내가 너를 정관할 때 물색 고운 너도 나를 정관하고 있었구나. 배롱나무 꽃잎이 내를 따라 나란하다. 저기 어디 산새가 날았던가. 전신이 따갑더니 가벼운 정신에 근육이 붙는다.

다 잊었으니 꿈에라도 울 일 없어라. 저 세상에서도 이 세상을 알 길이 없고, 내세와 윤회는 다른 세상의 일이었구나.

짧은 여름이 가고 이제 더 짧은 가을이 오겠지. 다른 계절에는 다른 사람을 만나고, 다음 세상은 다음에 만들 터. 백로, 왜가리가 생각처럼 섰고 청둥오리가 졸졸졸 물소리를 따라간다. 코스모스와 루드베키아가 만발한 길에는 누가 버린 기억들이 있다. 보아도 알 수 없는 것들과 꿈의 조각 같은 것들이 있다. 어제의 배롱나무 꽃들이 내를 따라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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