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from text 2023/06/18 13:05
긴 꿈이었을까 저 아득한 세월이
거친 바람 속을 참 오래도 걸었네
긴 꿈이었다면 덧없게도 잊힐까
대답 없는 길을 나 외롭게 걸어왔네
푸른 잎들 돋고 새들 노래를 하던
뜰에 오색 향기 어여쁜 시간은 지나고
고마웠어요 스쳐간 그 인연들
아름다웠던 추억에 웃으며 인사를 해야지
아직 나에게 시간이 남았다면
이 밤 외로운 술잔을 가득히 채우리

푸른 하늘 위로 웃음 날아오르고
꽃잎보다 붉던 내 젊은 시간은 지나고
기억할게요 다정한 그 얼굴들
나를 떠나는 시간과 조용히 악수를 해야지
떠나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면
이 밤 마지막 술잔에 입술을 맞추리
긴 꿈이었을까 어디만큼 왔는지
문을 열고 서니 찬 바람만 스쳐 가네
바람만 스쳐 가네​​

최백호의 길 위에서. 이주엽 작사, 김종익 작곡. 듣다 보면 볼륨을 자꾸 높이게 되고, 그러다 보면 가히 긴 꿈보다 아득해지고 만다.

사는 모양에 조금 변화가 있으려나. 적게 먹고 자주 걷는다. 가끔 술을 마시고, 여전히 사람이 좋을 때도 있지만 엉망으로 취하지는 않는다. 유월 초에 거창 창포원을 구경하고 오일장에 들러 장을 보았으며, 며칠 전에는 안강 옥산서원에 다녀왔다. 거창에 들른 길에 오래 그리웠던 구구식당 어탕국수를 먹을 수 있었다. 기억은 풍화하기 마련, 신천과 고산골, 용두토성 일대가 이렇게나 좋았나 싶다. 얼른 다른 계절이 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기도 하고, 시간이 더디 흘러 지금 모습을 더 자주 더 많이 볼 수 있기를 바라기도 한다. 사는 모양에 조금 힘을 더하려 가볍게 입을 옷도 좀 사고 대략 백만 년 만에 모자와 운동화도 샀다. 버킷햇 스타일의 모자도 바다색 운동화도 마음에 든다. 그야 이미 다른 사람인데 나도 이미 알 수 없게 되어 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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