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 어디 마당 조금 있는 집이면 좋겠다. 멀리 시외버스라도 한두 대 다니고 번잡한 마을이 아니면, 닭 몇 마리 키우고 한 두어 평 텃밭 정도는 가꿀 수 있을 게다. 어느 바람결에 가련한 소식이 전해지면 가끔, 아주 가끔 마누라나 첫사랑들이 제가끔 비린 생선이나 누린 고기를 손에 들고 찾아 주리라. 되는대로 뒹굴고 뒹굴다 다만 그날을 위해 됫병 소주로 술이나 담글 일이다. 하늘가에 한 줄 예쁜 문장이 걸리면 큰대자로 나자빠지기나 할 일이다. 늙을 뿐 병들거나 목숨이 다하지 않는 세상에서 말린 생선과 고기나 배불리 나눠 먹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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