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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 오는 날 2022/08/29

비 오는 날

from text 2022/08/29 19:47
비 오는 날 너를 한입 베어 물면 어쩌다 복숭아나 자두 한쪽에서 느꼈던 벌레 덜 먹은 맛 같은 것이 난다. 쪼로롱 산새 한 마리가 날아오른다. 초록 위 배롱나무 붉은 꽃이 나를 맞던 새색시 같다. 며칠 전 꿈에서는 난생처음 대여섯 살 난 딸을 만났다. 보고싶었더냐 묻는 말에 부둥켜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손을 잡고 오래 걷기도 했다. 꿈이 어찌나 생생한지 깨고 나서도 한 이틀은 실제 같았다. 비 오는 날 산을 한입 베어 물면 벌레 덜 먹은 것 같은 맛이 난다. 빗방울에 반짝이는 배롱나무 붉은 꽃이 오래 못 만난 내 딸만 같다.

* 배롱나무 꽃이 지면 가을도 더는 갈 길 없겠다. 남은 여름이사 숨을 곳 모르랴. 몇 번이나 남았을까. 기약 없이, 잃어버린 것은 다시 찾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