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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구리 이야기 2006/06/25

개구리 이야기

from text 2006/06/25 00:17
개구리가 한 마리 살고 있었습니다.
'폴짝 폴짝' 잘 뛰었습니다.
어떠한 위험이 닥쳐도 '폴짝' 피하곤 했습니다.

어느 날 - 불행인지 다행인지 개구리는 커다란 뱀에게 먹히고 말았습니다.
개구리는 몸을 삭여가며 긴 여행을 해야 했습니다.

팔이 하나쯤 없어질 때까지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문득 빛을 찾으면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이 다 없어져도 좋았습니다.

개구리는 희망을 갖고 이리 저리 살펴 보았습니다.
아, 저만치 앞에서 빛이 나는 것이었습니다.
개구리는 힘껏 뛰어뛰어 그 곳에 갔습니다 - 벌써 몸의 반은 삭아 없어졌습니다.
그것은, 빛이 나는 그것은 동료의 뼈였습니다.
개구리는 모든 희망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개구리는 생각했습니다.
'이 동료는 여기까지 와서 죽었다.'
'나는 반이나 산채로 여기까지 왔다.'
'몸이 다 없어져도 좋다고 생각지 않았던가.'
그리고 개구리는 밖으로 나가지 못해도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개구리는 힘을 내어 다시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수많은 동료 개구리들을 보았습니다.
앉은 채로 몸을 삭이는 개구리…….
결국은 나갈 수 없다고 외치는 개구리…….
힘을 낭비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더 살자는 개구리…….
우리의 개구리는 어느 개구리의 말도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 뱀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주위는 온통 암흑이고, 동료 개구리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개구리는 전혀 아무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오직 빛.
나아갈수록 개구리는 자신과 빛조차 구별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주 멀리까지 와서야 개구리는 자신의 몸이 다 없어져 버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빛조차도 없어져 버렸다는 것을, 아니 언제까지나 빛은 자신과 같이 존재한다는 것을…….


고등학교 이학년 겨울, 교지에 시라고 준 것이 쉬어가는 페이지에 실렸다. 독서토론회(하야로비)를 맡고 있어 청탁으로 쓴 글인데, 어린 시절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인 헤세의 '데미안'을 읽고 쓴 글 두 편 중 하나. 하나는 어딜 가고 없다.

제목은 개구리 이야기. 후에 후배들이 중심이 되어 세 학교 연합독서토론회(날개)를 만들었는데, 다른 학교 후배들로부터 개구리 선배로 불리는 계기가 되기도. ~읍니다를 ~습니다로 수정.

지금도 데미안이 청소년 권장 도서 목록 따위에 실리는 걸 자주 보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이 작자들이 읽기나 하고 이런 짓거린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독서란 게 원체 읽는 놈(의 처지나 환경, 기반, 상태 등등) 마다 다르고, 같은 놈이 읽어도 읽을 때마다 다르기도 하지만, 그리고 괜찮은 책 치고 위험하지 않은 책이 어디에 있겠냐마는, 대상에 따라 정도는 가려야 할 게 아니겠는가.


고등학교 때 한 말 중 기억에 남는 말 하나. 神이 인간에 준 가장 큰 축복은 죽을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