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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리산 2008/03/30

지리산

from text 2008/03/30 01:28
1박2일 지리산에 다녀왔다. 금요일 낮에 중산리에 도착하여 마음씨 넉넉한 부부가 운영하는 펜션(물소리 바람소리)에 짐을 풀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절이라는 법계사까지 올랐다. 흙길이 거의 없이 돌과 계단 투성인데다 연신 오르막이라 꽤 힘들었다. 겨우내 잘 걷지 않고 근래 마음은 마음대로 지친데다 몸은 몸대로 혹사시켰는지 일찍 다리가 아프고 호흡이 가빠 애를 먹었다. 오는 동안 차창 밖으로 꽤 많이 보이던 진달래는 한 그루도 볼 수 없었다.

오르는 길 내내 경상대 사대부고 1학년 남녀 학생들을 마주쳤는데, 대부분 어찌나 인사성 바르고 활기차고 밝은지 우리 일행들의 칭찬이 이어졌다. 아침에 출발하여 천왕봉까지 오르고 내려온다는 이들은 1년에 한 번 소풍을 이렇게 온다니 인솔하는 선생님들도 그렇게 듬직하고 멋있어 보일 수 없었다. 법계사는 삼층석탑 외엔 근래에 지은 것들이라 볼만한 게 없었다.

내려오자마자 목마른 차에 다섯 명이서 동동주 두 되 맛있게 나눠먹은 게 어설프게 취하는 듯 하더니 펜션 마당에서 삼겹살 구워 소주 열두 병 먹고는 모두들 일찍 취하고 말았다. 모처럼 반주 없이 노래도 한 곡씩들 불렀다. 맑은 날이었는데 어째 별 한 점 볼 수 없었다. 아침에, 남은 삼겹살을 넣어 끓인 김치찌개가 일품이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예담참숯굴랜드에 들러 숯가마에서 기분 좋게 땀도 내고, 예쁘게 내리는 비도 맞았다. 대구로 다시 돌아가는 게 이리 싫었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산을 오르내리며 땀과 함께 털어버린 어떤 것들이 번잡한 일상이 기다리는 곳으로 악착같이 따라붙고 있었던 것일까, 앞산 어부이씨에서 잡어회와 생아구탕에 곁들이는 반주가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