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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ylon night 2009/01/01

nylon night

from text 2009/01/01 03:17
한 해의 마지막 날, 바람도 시린 몸을 달래 주었다. 수성아트피아에서 만난 루시드 폴, 이틀 공연의 이틀째 공연, 따로 또 같이 오랜 불구의 마음을 쓰다듬어 주었다. 고맙다, 누군들.

미류나무 그늘진 저 강나루 물새는 오늘따라 어디로 간 걸까
빗속 말없이 봇짐 꾸리던 내 님이 못 올 사공인 줄은 몰랐네
강물 속 붕어들아 저 물길을 조금만 막아다오
축지하듯 찬물 따라 홀홀히 멀어진 그대는 가네 가네

온 세상이 칠흑같이 어두운 오늘 밤에 소리죽여 흐느끼는 그대
나는 듣고 있어 멀어지는 당신 모습 까만 점이 될 때까지
눈물 없이 견딜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벌써 새벽일까 닭이 우는 소리
하늘은 금세 빛을 찾아 어김없이 다가오는 아침
마지막 하늘의 빛 찰나의 시간 멈춰버린 시계의 추
봄빛 살갑게 내려쬐던 단오의 햇살
백일 동안 다시 백일 동안 나를 싣고 가는 배야
잊지 말라는 그대 소리 아직 들려 무심한 물빛 따라

'가네'와 '빛'의 노랫말. 첫 소절 듣자마자 뇌리와 가슴에 바로 박힌 노래는 '빛'의 배경을 이야기하며 슬쩍 불러 준 이 '가네'였다. 몹쓸 귀는 다른 노래들과 이 노래로 그의 노래들을 단박에 구분하여 버렸다. '가네'의 답가로 지은 게 '빛'이라며 떠나는 남자의 슬픔에 대해 잠시 이야기하였는데, 곡조에 반해서이기도 하겠지만 나는 역시 남은(남겨진) 자의 슬픔에 대한 공감이 컸다. (멋진 녀석이었다. 옛날, 조동진 생각을 많이 했다. 그리웠다.)

존재가 의식을 배반하려는 걸 어찌 해야 할까. 의식이 존재를 배반하는 걸 용납하였던 것처럼 내버려두어야 할까. 모른 척, 그래도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