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서의 첫 재롱 잔치와 두 번째 재롱 잔치 그리고 지난해 유치원 발표회에 이은 취학 전 마지막 발표회. 커가는 걸까, 사진 속 녀석의 얼굴은 갈수록 지치고 무표정해 보인다. 녀석에게도 나름의 병리학 하나쯤 들어설 때면 나는 어떤 모양으로 늙어 있을까. 화병에 옮겨 거실 한 귀퉁이에 놓아둔 연분홍 튤립이 밤새 화사하다. 기울었던 종 모양들이 일제히 천장을 향하고 있다. 나무들의 동태를 보니 바깥에서는 바람도 많이 잦아들었다. 76개월, 관계와 죽음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은 녀석에게도 세상에게도 깊은 평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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