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때문에

from text 2008/05/10 23:04
사랑 때문에 빌어먹을 사랑 때문에 죽으려, 죽으려 해봤던 사람의 다음 사랑은 치열할까, 단정할까. 바람이 분다. 언제 세상이 한번 다른 세상이었던 적이 있냐고, 다른 세상을 보여 주마던 바람이, 흔들고 흔들리던 그 바람이 묻고 있다. 여전히 이 세상은 그 세상이었고, 그녀는 누구와도 다르지 않았다(루이 말 감독, 제레미 아이언스, 줄리엣 비노쉬 주연의 '데미지' 마지막 대사. 이게 일종의 반어로 쓰일 수도 있는 줄 몰랐다).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간 사람은 없었다. 기다리는 사람은 오지 않는 법, 그러나 어디에도 심장을 내어놓고 다니는 사람은 없었다. 그새,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는데, 많은 게 달라졌다. 저무는 마음, 저무는 몸에 한 줄 칼날이 지난다.

* 오월 초부터 삼십도를 웃돌며 제멋대로 날뛰던 더위가 주춤하다. 그저께 밤부터 선선하던 바람이, 가을인 듯, 가슴에 실금 하나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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