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둘

from text 2008/07/08 16:28
오래 전 어디서 본 이야기 하나. 학동들이 모여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난데없이 맹구, 나는 쓸 줄은 아는데 읽을 줄을 몰라. 기가 막힌 학동들, 그럼 한번 써봐. 그러자 맹구, 붓을 들더니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리고는 그 한가운데 점을 하나 찍는 것이었다. 의아한 학동들, 그게 뭔데? 맹구 왈, 난 쓸 줄은 아는데 읽을 줄은 몰라.

그렇다. 읽는 건 읽고 싶은 놈들 몫이고, 뜻이야 있든 없든 그런 거야 알든 모르든, 사는 건 사는 놈들 몫인 거다. 커다란 동그라미 한가운데 콱 박히는 삶(이든 뭐든)을 써내려가는 놈 보고, 너 뭐야? 하지 말라는 거다.

역시 어디서 본 이야기 하나 더. 대한민국에 남녀혼탕이 문을 열었다. 남.녀.혼.탕. 대문짝만하게 내건 간판을 보고 남자들이 개떼처럼 몰려들었다. 그런데 탕 안엔 남자들만 우글거릴 뿐, 여자는 한 명도 없었다. 열 받은 손님들이 주인에게 따졌다. 남녀혼탕이라더니 이게 뭐요? 주인 왈, 여자 손님이 안 오는 걸 나더러 어쩌라는 거요?

그렇다. 그건 주인의 잘못이 아닌 것이다. 안 오는 걸 어쩌란 말이냐. 강태공이 낚던 세월도, 기다린다는 때도, 아니 오면 그 뿐, 누굴 탓한단 말이냐.

* 점심 먹고 시시덕거리다 문득 떠올라 주변에 내놓은 이야기들. 어떤 걸로도 이 무시무시한 더위가 싹 가시기야 하랴마는, 잠시 웃고 잠시 느끼는 가운데, 온몸으로 뚫고 나가든 슬쩍 비껴가든, 한 세상 지나가고 말 테지, 뭐 그런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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