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디마디

from text 2010/12/24 21:29
매번 두려움에 떨면서도 폭음과 시체놀이를 번갈아 하다보니 얼굴도 어딘가 모르게 좀비를 닮아가고 있다. 어제는 모처럼 얼굴을 맞댄 대학 동기들 송년회 자리에서 꼬박 여섯 시간을 한자리에만 앉아 술을 마시기도 하였다. 쓰린 속이 풀리면서 오랜 초조와 우울도 서서히 풀리는 것만 같았다. 거점과 지향에 대한 고민, 무시로 시공을 넘나들다 이차로 옮긴 자리에서 송아지의 한마디가 번갯불처럼 와 닿았다. 잊어버릴까 싶어 메모지를 얻어 적어두었다.

전선에 선 사람은 틀리게 마련이다. 마치 링 위에 오른 선수처럼.

그래, 이맘때를 기억해 두자. 돌이킬 수 없고 돌아오지 않을 빌어먹을 육 개월, 마디마디 깊숙이 새겨두자. 다음은 신석초의 바리춤 서사 첫 연.

묻히리란다. 청산에 묻히리란다. / 청산이야 변할 리 없어라. / 내 몸 언제나 꺾이지 않을 무구한 / 꽃이언만 / 깊은 절 속에 덧없이 시들어지느니 / 생각하면 갈갈이 찢어지는 내 맘 / 서러 어찌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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