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님 말고

from text 2013/08/12 15:58
하찮다. 하찮고 하찮으니 돌도 글도 쥐도 새도 다 하찮다.

그릇이 나머질 결정하지. 아무렴. 근데 그릇은 누가 결정하지? 글쎄, 그거야 나머지가 결정하겠지. 날도 덥고 할 일도 없는데, 술이나 끊어볼까. 그래, 몇 번만 더 먹어보고, 사는 양태를 좀 바꿔보는 것도 좋겠다. 또다시 까무룩, 잠이 들었던가. 왼손으로 담뱃재를 자연스레 턴 것이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깍지를 끼거나 균형을 맞출 때, 머리카락을 쓸어 올릴 때 사용하던 손. 낯설고 두려운 것에 접근할 때 어김없이 떨리던 손.

몰랐다. 돌아보니, 금 밟았다. 그러니 다시 시작하면 안 되는가.

* 며칠째 둘째 놈이 묻는 말이 있다. 맨 처음엔 난데없이 잠 많이 자면 죽어요? 묻더니, 나중엔 밥 많이 먹으면 죽어요? 묻는데, 이야기인즉슨 잠이고 밥이고 오래도록 많이 자거나 먹은 후에는 죽느냐는 거다. 난감한 질문에 성의껏 답을 하다가도, 이어서 왜 그래요? 왜 그렇게 돼 있어요? 묻는 말엔 답이 궁색하다. 엊저녁엔 잘 먹고 놀다말고 갑자기 나는 언제 죽어요? 묻는 바람에 또 애를 먹었다. 어린 철학자가 잠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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