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몽

from text 2015/05/20 23:44
그만하면 봄날이라 부르기에 충분했다. 낮 기온이 삼십 도를 오르내린 전날이나 다음날의 꼭 절반이었다. 일기예보를 비웃듯 종일 비가 내렸고, 기상청은 날씨를 중계하기에도 벅차 보였다. 못다 간 봄이 남긴 차마 마지막 봄밤인 듯 나는 애가 달았다. 오래된 어느 모퉁이, 기품과 위엄을 잃지 않고 이미 홀로 선 나무를 보았다. 잠시 흔들리던 물빛 줄기와 단단한 뿌리를 보았다. 아무렇게나 기대 그저 같이 흔들리고만 싶었다. 오래 흔들고도 싶었다. 가지 하나쯤 아무도 몰래 꺾고만 싶었다. 다음 세상일랑 없답니다. 살아서 다시 만나요. 계절은 감당할 것만 감당하였고, 가만히 가야금 섞인 노래를 들려주었다. 아무도 없는 밤이 저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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