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구경

from text 2015/04/24 18:06
해마다 봄이면 생각날 거야.
어쩌면 오래 미뤄도 좋겠다.

꽃구경에 대한 심사를 이렇게 두 줄 써놓고 두 주 가량이 지났다. 4월 16일 전후로 무얼 더 쓰기가 어렵고 조심스러웠다. 드러낼 말은 아니지만, 새삼 누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 얼마나 다행이고 고마운지 모르겠다. 나방이 나비를 본 것 같은 날이 지난다. 거인의 꿈에 나는 그저 꿈틀거리는 한 마리 송충이일 뿐이다.

일찍 찾아온 봄이 유난히 궂은 날씨를 보이더니 서둘러 물러가나 보다. 너를 만나 무얼 했는지는 몰라도 다시 꽃처럼 찾아올 걸 안다. 마주앉아 나눈 꿈같은 얘기 그날로 다 잊어도 마주할 날을 기억하듯이. 그래, 세상 구경이 너를 보는 것만 하랴. 다채로운 봄날, 나를 보고 너를 본다. 버즘나무도 새잎은 저리 예쁜데, 살아있는 게 이리 수상하다.

서연이가 5월 30일부터 제주도에서 열리는 제44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 바둑 초등부 남자 단체전 대구 대표로 선발되었다(바둑은 올해 처음 정식 종목이 되었고, 단체전으로만 치른다). 4월 5일 시민체육관에서 열린 선발전에서 우승을 차지하여 다니는 학교에 현수막도 걸렸다. 막상 저는 그리 소원하던 비행기를 타게 되었는데도 기쁜 내색이 별로 없던데, 아비는 자식 이름자가 박힌 거라고 지날 때면 매번 처음 보는 듯 쳐다보곤 한다. 날로 녀석을 읽을 일이 아득해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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