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e seen it all

from text 2006/07/17 16:35
볼 때는 재미있게 보고 첫 손 꼽을 만큼 잘 만든 영화임에 틀림없지만, 다시 보게 되지 않는, 보고 싶지 않은 영화가 있다. 파이란, 박하사탕, 올드보이 같은 영화들이다. '비극(적)'이어서일까, 어쩌다 채널 서핑 중 방영하는 걸 보게 되면 한참 고정하고 보게 되지만(끝까지 보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사다 놓은 디브이디 타이틀도 다시 보게 되지 않는다.

라스 폰 트리에의 어둠 속의 댄서도 그랬다. 디브이디 타이틀을 사서 보았는데, 그래도 구입한 디브이디 타이틀 중 가장 아깝지 않은 경우일 것이다. 웬만한 시디보다 자주 재생시켜 주었으니 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본 경우는 한 번도 없지만, 영화음악 골라 듣듯이 한 챕터(열세번째 챕터!)만 계속 반복하여 보고 듣곤 한다. 오늘도 연휴 마지막 날까지 줄기차게 내리는 비를 보다가 문득 떠올라 오랜만에 디브이디 전원을 켜고 이 챕터만 반복하여 보고 들었다. 노랫말과 주인공 비요크가 직접 부른 그 애절한 노래, 그리고 그 영상(어떻게 이런 편집을 할 수 있었을까)에 푹 빠져서. 이 놈의 음치는 영상 없이는 음악이 들리지 않으니 더욱 그럴밖에.

I've seen it all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보면 이 챕터도 사실 꽤나 비극적인데, 어째 자꾸만 보고 싶은 걸까. 같이 등장하는 피터 스토메어의 매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영화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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