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얼마 만에 사보는 음반인가. MP3 플레이어를 사고 나서는 생각날 때마다 파일들만 찾아 헤맸는데, 간단히 파일 변환하는 방법도 알았고, 우선 눈에 띈 율리시즈의 시선 OST를 작곡한 Eleni Karaindrou의 Elegy of the Uprooting과 Music For Films를 샀다. 덩달아 산 책은 오정희의 돼지꿈, 톨스토이의 부활,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가을을 지나며 책도 음악도(그렇지, 필름도) 한가득 쌓았으니 천천히 즐길 일만 남았다. 좀 덜 두리번거리고(그래야 덜 지르고 덜 질릴 일이다) 내 안으로 발밑으로 향할 땐가 한다. 술 마시기 좋은 계절, 이 겨울도, 그저 비껴가긴 다 틀린 게다.
'율리시즈의시선'에 해당되는 글 3건
- 이 겨울도 2008/11/10
- 화려한 휴가 2 2007/08/07
- I've seen it all 2006/07/17
어제 짧은 휴가를 즐기기 위해 아카데미극장에서 화려한 휴가와 다이하드를 보았다. 그리고 저녁에는 형석이랑 진탕 마셨다. 녀석 덕에 아주 마음에 드는 바를 하나 알았다. 화려한 휴가는 머꼬의 평도 있고 해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자료 사진들을 곁들여 좀 더 다큐멘터리적으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그리고 따로 노는 안성기와 그 배역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도 있었지만 썩 괜찮았다.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고 눈시울이 뜨거웠다. 아마 가장 많이 울컥하며 본 영화일 것이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일어설 수 없었다.
언젠가 어느 구석에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 뭐 이런 걸 적어넣은 기억이 난다. 율리시즈의 시선, 파업전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대부, 동사서독, 박하사탕 등등을 적은 것 같다. 단 한 편만 골라야 한다면 단연 테오 앙겔로플로스의 율리시즈의 시선을 꼽겠다(율리시즈의 시선에 대해 이 블로그에 써둔 글이 분명 있는 것 같은데 못 찾겠다. 태그가 붙어있는 걸 보니 어둠 속의 댄서 이야기하면서 썼던 것 같은데 글꼴 가지고 이리저리 만지다 날아간 모양이다). 예전 무지개극장에서 마지막 프로를 대여섯명의 관객이 함께 봤다. 파리 텍사스와 베를린 천사의 시를 만든 빔 벤더스 감독은 이십세기에 영화가 있었다면 아마도 이 영화일 것이라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고 들었다. 안개 속의 풍경과 그 아름다운 비올라 선율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선율을 떠올릴 때면 산타페스토리 앞에 붙은 작은 쿠키집 이츠야미에서 쿠키 구워 팔던 때가 항상 같이 떠오른다. 그때 만나던 그 사람들도. 잔뜩 흐린 날이면 그 선율을 타고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또 그렇게 아름답게 보일 수가 없었다.
*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하나 추가해둔다. 그게 다가 아니다.
언젠가 어느 구석에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 뭐 이런 걸 적어넣은 기억이 난다. 율리시즈의 시선, 파업전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대부, 동사서독, 박하사탕 등등을 적은 것 같다. 단 한 편만 골라야 한다면 단연 테오 앙겔로플로스의 율리시즈의 시선을 꼽겠다(율리시즈의 시선에 대해 이 블로그에 써둔 글이 분명 있는 것 같은데 못 찾겠다. 태그가 붙어있는 걸 보니 어둠 속의 댄서 이야기하면서 썼던 것 같은데 글꼴 가지고 이리저리 만지다 날아간 모양이다). 예전 무지개극장에서 마지막 프로를 대여섯명의 관객이 함께 봤다. 파리 텍사스와 베를린 천사의 시를 만든 빔 벤더스 감독은 이십세기에 영화가 있었다면 아마도 이 영화일 것이라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고 들었다. 안개 속의 풍경과 그 아름다운 비올라 선율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선율을 떠올릴 때면 산타페스토리 앞에 붙은 작은 쿠키집 이츠야미에서 쿠키 구워 팔던 때가 항상 같이 떠오른다. 그때 만나던 그 사람들도. 잔뜩 흐린 날이면 그 선율을 타고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또 그렇게 아름답게 보일 수가 없었다.
*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하나 추가해둔다. 그게 다가 아니다.
볼 때는 재미있게 보고 첫 손 꼽을 만큼 잘 만든 영화임에 틀림없지만, 다시 보게 되지 않는, 보고 싶지 않은 영화가 있다. 파이란, 박하사탕, 올드보이 같은 영화들이다. '비극(적)'이어서일까, 어쩌다 채널 서핑 중 방영하는 걸 보게 되면 한참 고정하고 보게 되지만(끝까지 보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사다 놓은 디브이디 타이틀도 다시 보게 되지 않는다.
라스 폰 트리에의 어둠 속의 댄서도 그랬다. 디브이디 타이틀을 사서 보았는데, 그래도 구입한 디브이디 타이틀 중 가장 아깝지 않은 경우일 것이다. 웬만한 시디보다 자주 재생시켜 주었으니 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본 경우는 한 번도 없지만, 영화음악 골라 듣듯이 한 챕터(열세번째 챕터!)만 계속 반복하여 보고 듣곤 한다. 오늘도 연휴 마지막 날까지 줄기차게 내리는 비를 보다가 문득 떠올라 오랜만에 디브이디 전원을 켜고 이 챕터만 반복하여 보고 들었다. 노랫말과 주인공 비요크가 직접 부른 그 애절한 노래, 그리고 그 영상(어떻게 이런 편집을 할 수 있었을까)에 푹 빠져서. 이 놈의 음치는 영상 없이는 음악이 들리지 않으니 더욱 그럴밖에.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보면 이 챕터도 사실 꽤나 비극적인데, 어째 자꾸만 보고 싶은 걸까. 같이 등장하는 피터 스토메어의 매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영화 중 하나.
라스 폰 트리에의 어둠 속의 댄서도 그랬다. 디브이디 타이틀을 사서 보았는데, 그래도 구입한 디브이디 타이틀 중 가장 아깝지 않은 경우일 것이다. 웬만한 시디보다 자주 재생시켜 주었으니 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본 경우는 한 번도 없지만, 영화음악 골라 듣듯이 한 챕터(열세번째 챕터!)만 계속 반복하여 보고 듣곤 한다. 오늘도 연휴 마지막 날까지 줄기차게 내리는 비를 보다가 문득 떠올라 오랜만에 디브이디 전원을 켜고 이 챕터만 반복하여 보고 들었다. 노랫말과 주인공 비요크가 직접 부른 그 애절한 노래, 그리고 그 영상(어떻게 이런 편집을 할 수 있었을까)에 푹 빠져서. 이 놈의 음치는 영상 없이는 음악이 들리지 않으니 더욱 그럴밖에.
I've seen it all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보면 이 챕터도 사실 꽤나 비극적인데, 어째 자꾸만 보고 싶은 걸까. 같이 등장하는 피터 스토메어의 매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영화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