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어쩐 일로 제자리를 찾는가 싶더니 장마는 또 기록적으로 늦게 시작하는구나. 장마 생각을 잊을 만큼 더위가 늦게 오고 봄이 길었다. 며칠 집에서 소방 관련 교육을 받고 한 주 간격으로 두 눈을 번갈아 수술 받느라 유월도 유난히 길었다. 수술 후 한동안 TV나 컴퓨터, 스마트폰이나 책을 보지 말고 편히 쉬라는 말에 여태 쉬는 방법을 너무 모르고 살아왔나 생각하였다. 쉴 줄 모르고 가까운 거리는 안경 없이 잘 보이니 소소한 집안 정리나 요리, 설거지가 꽤나 재미있는 일이 되기도 하였다. 때때로 눈을 위해 멍하니 누워 있으면 누군가가 생각나고, 대책 없이 따라가다 보면 누구의 것인지 모를 소처럼 크고 선한 눈동자가 떠오르기도 하였다. 글쎄 그것 말고 뭐가 있을까. 내 어딘가에 까맣게 파인 자국이야 남았겠지. 나도 뭐 좀 파긴 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시간은 더디지 않고 예나 지금이나 기다릴 줄 모른다. 귀도 조금씩 먹는가. 계절이 부르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더는 나도 듣지 않고 부르지 않는다. 빗소리가 우렁차다. 연못의 물고기들아. 잘 가라. 잘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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