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아파트 단지가 둥둥, 만개한 벚꽃이 까르르. 다 잊었다는 듯, 밤을 지나고도 한참 더 올 모양이다. 흙내에 도시가 기우뚱. 이른 출근길, 어제 본 목련 꽃잎이 물 밖에 나온 금붕어처럼 아스팔트에 젖어 있었다. 등불처럼 환하던 것이 조금 뒤척이다가 조용히 숨만 내쉬었다. 비껴 선 라일락은 잎을 조금 더 내밀었고 매화는 제 소식을 다 전한 양 입을 다물었다. 어떤 마음에는 봄이 내리고 어떤 마음에는 바람이 불었다. 궐련을 건네던 수줍은 얼굴, 우산살 끝에서는 어떤 봄이 무너져 내렸다. 비가 내리고, 세상의 끝으로 갈 것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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