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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from text 2021/10/08 11:17
길어진 저녁, 늦더위 내린 도시의 거리가 새삼스럽다.
시절이 수상한들 세월이 야속한들
계절은 또박또박 구월을 지나 시월로 가고
세모장식, 태성설비, 훈이네분식, 가나헤어살롱
하고많은 간판들을 지나다
인테리어가 한창인 새 이발소 간판을 만났다.
이 시국에 새로 문을 여는 이발소라니
지나갔다고 다 지나간 게 아니구나
마음 깊이 경의를 표하며 박수를 보냈다.
저녁 길은 내리막길
물기 없는 바람이 불고
꽃처럼 잎이 지고,
사무치는 마음이 갈 곳을 모르겠다.